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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나를 묵묵히 뒷바라지 … 홀어머니께 우승컵 바쳐"

KPGA 시즌2승 옥태훈 인터뷰
아들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어머니는 원더우먼이라 생각
부친도 하늘서 기뻐하실 것
올해 톱10에만 7번 들면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
성공의 비결은 피나는 노력
욱하는 성격까지 개조해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7.02 16:55:53
  • 최종수정:2025.07.02 16: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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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태훈(왼쪽)과 어머니 고정숙 씨가 군산CC오픈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옥태훈(왼쪽)과 어머니 고정숙 씨가 군산CC오픈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5시즌 상반기에만 2승을 포함해 톱10에 7번 들며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옥태훈(27)은 소문난 효자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어머니 고정숙 씨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그는 첫 우승을 차지했던 KPGA 선수권대회 우승 상금 3억2000만원을 모두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초등학교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까지 채우며 홀로 뒷바라지해준 어머니께 보답한 것이다.

옥태훈은 지난 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말썽쟁이였던 나를 골프 선수로 키우느라 어머니께서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리셨을 것 같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수많은 희생을 감내한 어머니께 정말 감사하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던 어머니를 원더우먼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속을 썩이지 않는 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옥태훈은 지난겨울 마음처럼 골프가 잘되지 않아 눈물을 흘린 날이 많았다. 페이드 양을 줄이는 등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택한 스윙 교정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고민 끝에 옥태훈은 과거의 스윙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남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옥태훈은 스트레이트와 드로까지 각 홀 상황에 맞춰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옥태훈은 "솔직히 말하면 올해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전지훈련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만큼 큰 걱정을 하고 올해 일정을 시작했다. 다행히 무리하게 스윙을 바꾸지 않고 예전처럼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 예년보다 짧았던 상황에도 페어웨이 안착률 9위(62.38%)와 그린 적중률 24위(71.18%)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노력이다. 흔들렸던 샷감을 되찾기 위해 옥태훈은 염동훈 스윙코치와 함께 매일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옥태훈은 "샷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일찍 연습장에 나가 가장 늦게 퇴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샷감이 돌아왔고 올해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노력의 힘을 깨닫게 된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옥태훈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것들 중 하나는 성격이다. 실수를 한 뒤 욱하는 성격으로 인해 한 라운드를 망치는 일이 많았던 옥태훈은 KPGA 투어 위너스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성격까지 바꿨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샷과 퍼트가 나왔을 때 일부러 미소를 짓는 스마일 루틴까지 만든 그는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KPGA 투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옥태훈은 "골프를 잘하기 어려운 성격이라서 올해 마음을 굳게 먹고 변화를 가져갔다. 아직까지 나도 모르게 욱할 때가 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평정심을 잃으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어넘길 수 있는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시안투어 일정을 취소하고 KPGA 투어 하반기 일정 준비에 돌입한 옥태훈은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상반기에 잘했다고 해서 하반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심하는 순간 무너지는 게 골프인 만큼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매진하려고 한다. 시즌 3승과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목표로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매년 KPGA 투어 대회가 열리지 않는 휴식기에 아버지를 찾아뵙는 옥태훈.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어느 때보다 나를 대견해하실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아버지가 계신 곳에 KPGA 선수권대회와 군산CC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가서 자랑하려고 한다. 아버지께서도 칭찬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다음에는 새로운 우승 트로피를 챙겨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옥태훈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써준 염 코치와 김종필 스윙코치, 김규태 퍼트코치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인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내가 걱정돼 여러 귀인을 만나게 해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언제나 자신의 일처럼 나를 챙겨주신 귀인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앞으로 하나씩 보답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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