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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감독 꿈 담은 세리박 with 용인 “골프뿐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아우르는 열린 공간을 만든다”

  • 조은혜
  • 기사입력:2025.06.27 17:21:42
  • 최종수정:2025.06.27 17: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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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옛 종합운동장에 ‘세리박 with 용인’이라는 공간이 새롭게 태어났다. 골프를 넘어 스포츠와 예술, 교육이 어우러지는 이 복합문화공간은 박세리 감독의 오랜 꿈에서 비롯됐다. 박세리 감독으로부터 공간의 시작과 방향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들었다.

사진설명

용인시 옛 종합운동장이 ‘세리박 with 용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용인시는 골프선수를 꿈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희망을 키우고, 시민들이 스포츠와 문화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 이러한 취지에서 탄생한 ‘세리박 WITH 용인’은 용인시와 박세리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로, 한국의 스포츠•문화•예술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박세리 감독은 “선수 시절 받은 관심과 사랑을 이제는 돌려드릴 때”라고 말했다. “저라는 사람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운동선수로서 받은 사랑이 있었기에 이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도전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세리박 with 용인은 골퍼만을 육성하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예술 전시, 주말 학교 프로그램, 어린이 뮤지컬 수업, 세미나 등 다채로운 교육이 이뤄진다. 북카페와 갤러리,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박 감독은 “꿈은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야 보인다”라며 “멀게 느껴지는 미술관,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스포츠를 접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시계방향)  용인종합운동장 관중석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세리박위드용인.  스포츠 선수의 이름을 내건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스포츠센터. 북카페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창의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시계방향) 용인종합운동장 관중석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세리박위드용인. 스포츠 선수의 이름을 내건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스포츠센터. 북카페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창의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공간이 용인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위치 선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여러 시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서울과 가까우면서 해외 방문객에게도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고민하던 중 골프의 메카이자 위치적으로 유리한 용인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마침 자선골프대회 갈라 디너에서 이상일 용인 시장님을 만나 복합문화스포츠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눴고, 시장님 역시 비슷한 구상을 갖고 계셨다. 이후 미팅이 성사되었다.

갈라 디너에서의 인연이 공간 조성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렇다. 시장님과의 미팅을 통해 서로 같은 고민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스포츠,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장소 선정에 고민이 많았는데, 이 공간을 보게 됐다. 이전 시장님들 시절에는 주상복합 건립 계획이 있었지만 진행되지 않았던 곳이다. 시장님은 새 건물로 시작하길 원하셨지만, 예산 문제를 고려해 기존 관중석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운동장도 있고 시에서 다양한 행사도 열 수 있으니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런 공간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계획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오랫동안 계획해온 일이다. 선수 시절부터 운동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에 대해 고민해왔다. 한국은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며 한국에는 운동선수들을 위한 제대로 된 장소와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골프뿐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재를 키우려면 반드시 그런 기반이 있어야 한다.

(시계방향) 2층 박세리 기념관 앞에 마련한 포토존. 방문객은 실제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박세리 감독이 수상한 트로피와 기념품이 전시된 박세리 기념관. 1998년 US여자오픈 당시 박세리 감독이 착용했던 경기복.
(시계방향) 2층 박세리 기념관 앞에 마련한 포토존. 방문객은 실제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박세리 감독이 수상한 트로피와 기념품이 전시된 박세리 기념관. 1998년 US여자오픈 당시 박세리 감독이 착용했던 경기복.

박세리 기념관, 북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인상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기획했나. 자선골프대회를 하면서 예술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다. 스포츠와 예술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그러다 골프장에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선수뿐 아니라 갤러리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른 잔디 위에서 스포츠와 예술을 동시에 즐기는 공간,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것이다.

위트 있고 밝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지.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려면 보통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생활체육 개념이 잘 잡혀 있어서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와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도심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생활 속에서 예술과 스포츠가 일상이 된다. 그 안에서 인재가 성장한다. 한국에도 그런 공간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해 문화와 스포츠를 경험하고, 아이들이 그 속에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관 후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나. 현재 용인시 지역 학교들과 연계해 주말 공유수업을 운영 중이다. 며칠 전엔 초등학생들이 와서 주제를 받아 뮤지컬을 만들어보는 수업도 진행했다. 앞으로는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팀워크를 익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3층 세미나실도 거의 정리가 끝났다. 이곳에서는 제가 직접 강연하거나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순서대로) 계단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지민경 작가의 작품.  1층 기념품 숍에서는 골프웨어와 각종 굿즈를 판매한다.  2층 북카페 앞에 자리한 스포츠체험관.
(순서대로) 계단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지민경 작가의 작품. 1층 기념품 숍에서는 골프웨어와 각종 굿즈를 판매한다. 2층 북카페 앞에 자리한 스포츠체험관.

선수, 감독, 멘토를 거쳐 이제는 문화 공간 기획자가 되었다. 이름이 주는 무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이름이 특별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분들이 저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 선수 시절 받은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은 ‘나눔’의 시작이다. 무게감보다는 책임감과 보람이 크다. 앞으로도 제가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외 생활에서의 경험이 이 공간 탄생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해외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잠재력을 지녔는지 많이 느꼈다. 그래서 더 많은 인재를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이 공간이 그 출발점이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 시대는 변했지만 아이들의 꿈은 오히려 작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큐레이션 기준에 대해 듣고 싶다. 집에 있던 트로피들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 그래서 지금 집은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트로피는 제 인생이고 자산이다. 방문객들이 이 트로피와 골프백, 선수 시절 입었던 옷, 경기 때 사용했던 볼 등을 통해 제 선수 인생을 가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선수 시절부터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에 쓰던 물건도 모두 보관해 왔다. 그 시절 하나하나가 저에겐 소중한 시간이고, 삶의 일부다. 이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제 삶의 과정이 감동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골프 육성 공간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이 느껴졌다. 그렇다. 제 이름이 걸려 있어서 골프 선수 육성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곳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아우르는 열린 공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새로운 도전이다. 운동선수로서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 싶다. 모든 아이들이 그러면 좋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자기 꿈을 이루고 이곳에 다시 찾아와 인사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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