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당구선수 출신, 홍진표 황형범과 함께 활약
7살 때 당구 재밌어하는 아들의 소질 발견
초6부터 지금까지 이정희 감독에게서 레슨
초등~중학교 2년까지 각종 대회 입상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등 현재 한국당구 정상에 있는 스타선수들은 일찌감치 신동과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왔다. 또한 그전 세대 선수와 달리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모두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아버지 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요즘 어린 선수들에겐 성공모델이다. 부모 생각도 다르지않다. 당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당구계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따라서 아이가 당구에 소질이 있고 즐긴다면 당구선수로 성장하는 걸 적극 밀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쳬계적인 레슨을 받게 하고, 국내외 당구대회장에는 아이와 동행하며 여러 경험을 쌓게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생업을 하면서도 코치이자 매니저, 운전기사 등 다역을 맡는다. 김건윤(부산동래고부설방통고1) 김도현(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1) 김대현(시흥대흥중2) 양승모(인천예송중3) 이환희(구미금오초6) 등 미래 한국당구 주역을 꿈꾸는 선수들의 뒤에는 이처럼 열성적인 아빠, 즉 ‘당구대디’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번째는 중학교 선수 대현이 아빠 김건우 씨다.
중학생 당구유망주 대현이 아빠 김건우(38) 씨는 대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경기도 시흥의 한 당구장을 덜컥 인수했다. 대대 13대짜리였다. 김씨의 본업은 과일판매업이다. 그럼에도 대현이 당구를 위해 아예 당구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대현이가 한창 당구를 배울 때인데 당구장 가면 삼촌과 어저씨만 있다며 푸념하더라고요. 그래서 당구장을 인수했습니다.”
대현(시흥 대흥중 2)이와 대현이 엄마 아빠의 당구에 대한 열정은 당구계에서 유명하다. 대대 30점인 아빠 김건우 씨도 원래는 당구선수였다. 중학교 3학년에 취미로 당구를 시작해서 6개월만에 4구 500점을 쳤다. 고등학교때 선수로 활동하며 각종 학생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의 한계를 느껴 선수 꿈을 접었다. 그때 학생선수로 함께 뛰었던 선수가 홍진표 황형범이란다.
“심장 아팠던 대현이 위해 다 해줘야죠”
엄마도 열성적, 모자(母子)선수로 대회 출전
◆아빠 김건우 씨도 학생당구 선수 출신…대현이는 아빠따라 7살 때 큐 잡아
당구선수 출신 아빠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대현이는 일찍 당구를 접하게 됐다. “3살 터울 개구쟁이 동생이 형 대현이를 자꾸 귀찮게 하니까 제가 당구장 갈 때마다 대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대현이가 당구를 재밌어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대현이가 당구를 시작하게 됐다. 당구를 재밌어 하길래 당구장에 자주 데리고 갔는데, 아빠 눈에 조금씩 아들의 소질이 보였다. 대현이는 원래 엄마 아빠랑 잘 안떨어졌다. 그런데 당구를 재밌어 하면서 7살짜리가 혼자 당구장에 가고, 몇 시간씩 배우고 경기해도 힘들어하지 않고 열심히 하더란다.
하루는 대현이가 “당구장 가면 삼촌과 아저씨밖에 없어 재미 없다. 친구들하고 당구 치고 싶다”고 아빠한테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또래 친구들하고 당구 치려면 선수가 돼야 해” 아빠의 이 말에 대현이는 시흥당구연맹에 학생선수로 등록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때다.
아빠는 원래 대현이가 당구선수 되는걸 원치않았다. 운동선수를 하려면 다른 종목을 선택하길 바랐다. “직업으로서 당구선수는 그렇게 비전이 없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야구나 골프 선수가 되길 바랐습니다. 대현이가 다닌 소래초등학교는 야구로 유명한 학교거든요.”
◆대현이가 소질 보이자 전폭 지원…초등학교 1학년부터 이정희 감독에게서 레슨
하지만 대현이가 당구를 좋아하고 소질을 보이자 아이 원하는걸 밀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정희 선수(시흥시체육회)에게서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게 했다. 그때 시작한 레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빠가 생업에 바쁘지만 대현이 당구를 항상 챙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과일가게를 보고 곧바로 시흥당구아카데미로 가서 새벽 2시까지 대현이와 함께 한다. 체력적으로 버티기 쉽지 않지만 대현이가 40점 될 때까지는 이런 패턴을 고수할 생각이다.
대현이 엄마 정성도 대단하다. 대현이 엄마 조아라 씨는 원래 당구의 ‘당’자도 몰랐다. “아내가 당구선수인 아들과 의사소통하려면 자기도 당구를 알아야 한다면서 어느날부터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엄마의 당구실력은 2년만에 대대 22점까지 올라가 대회에 출전하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 2022년 정읍에서 열린 전국당구선수권에는 대현이와 함께 모자(母子) 선수로 복식에 나갔다. “대현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입니다. 첫 상대가 조명우-윤도영 선수인테 당연히 졌지요.” 엄마는 최근 열린 남원 전국당구선수권에서는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초등부 우승 휩쓸고 중학교때도 수 차례 입상…평일4시간, 주말 8시간씩 맹연습
올해 14살인 대현이는 몸과 기술이 하루 다르게 쑥쑥 성장하고 있다. 키도 174㎝나 되고 당구수지도 33점이다. 아빠로서는 무척 대견하다. 초등학교때는 거의 전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고, 중등부 대회에서는 수차례 입상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때 출전한 2023년 강원도 양구 국토정중앙배 중등부에서는 형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아시아캐롬선수권 U-22(22세 미만)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훈련 스케줄은 일정하다. 이정희 선수 지도 아래 시흥시당구아카데미에서 평일 4시간, 주말 8시간씩 연습 및 실전게임을 한다.
“시흥 당구아카데미에서 이정희 감독님에게 시스템과 포지션, 수비, 멘탈 등 많은 부분을 배웁니다. 아울러 서창훈 황봉주 정역근 등 시흥당구연맹 삼촌들도 대현이를 귀여워하며 잘 가르쳐줍니다.”
아빠는 이정희 감독에게 대현이 당구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현이를 가르친 이 감독은 중학교 3학년까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대 몇 점까지 올려놓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실행한다고 했다.
“대현이가 지금 33점인데 여름방학 마치면 35점, 겨울방학 마치면 40점, 고등학교 입학하면 50점 등 이런 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교육을 합니다. (감독님이) 외부에 있어도 영상을 보고 일일이 챙기지요.”
아빠 얘기로는 대현이는 시흥당구연맹(회장 김종근)의 기대도 받고 있다. 시흥에서 나고자란 대현이가 시흥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것. 이를 위해 대현이를 이미 시흥시체육회 예비선수로 선발했고, 김행직 조명우 선수처럼 주니어 무대부터 차근차근 정상에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김건우 씨는 “대현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파 큰 수술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다”며 “그런 대현이가 당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아빠로서 뭐든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는 대현이가 어떤 당구선수가 되길 바랄까? “먼저 당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구에서도 김연아 박태환처럼 슈퍼스타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고요. 아직 어린 대현이는 그런 시대를 대비해 실력과 인성, 매너 등을 고루 갖춘 당구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이는 대현이 아빠뿐 아니라 당구계 전체의 바람이기도 하다. 대현이 아빠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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