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리그서 동료와 함께 뛰며 많이 배워”
준우승 임혜원 “프로선수들 마음가짐 달라”
힘 키우고, 시스템 공부 체계적으로 하겠다
29일 밤 강원도 정선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린 23/24하이원리조트배 LPB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일본의 사카이 아야코(46)는 11살, 8살 두 아들을 둔 엄마다. 그런 만큼 육아와 선수, 구장운영 등으로 무척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멎진 여성대회 도전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대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좋은 이유는 팀리그 합류 이후 동료들과 시합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카이는 LPBA는 무척 경쟁력이 높은 대회이기 때문에 결승에서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했다.
사카이에게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임혜원(27)은 “(대회)끝나서 후련하다”며 “이제야 잠을 푹 잘 수 있겠다”고 했다. 아마 무명에서 처음 결승무대에 오른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호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한 임혜원은 동호인과 프로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마음가짐을 들었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힘을 더 키우고, 시스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결승전과 시상식 후 진행된 두 선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우승자 사카이 아야코]
▲우승 소감은
=어느 시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LPBA는 매우 경쟁력이 높은 대회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공 하나 하나 득점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면서 시합에 임했다.
▲지난 시즌엔 좋은 성적을 못냈지만 올해 벌써 2승이다.
=저도 작년과 차이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제가 이번 시즌 상승세를 타는 이유는 팀리그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하나카드 팀 동료들과 하는 팀리그 시합 자체가 저에게 경험치를 많이 올려주는 요소다.
▲주로 어떤 선수에게 조언을 구하나.
=팀 리더인 김병호 선수,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 초클루(튀르키예) 신정주 선수까지 모두에게서 조언을 얻는다. 김진아 김가영 선수는 같이 플레이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수들과 연습하면서 이런 부분이 좋았다는 등 엄청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피드백을 한다. 잘 하는 부분을 따라 하려고 하고, 배우려 노력한다. 이런 부분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성실한 선수라는 평가가 있는데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나.
=저도 그렇게(성실한 선수라) 생각한다. 연습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다. 저는 두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엄마가 유명한 당구 선수인 걸 아나) 알고 있다. 항상 유튜브로 제 경기를 보고 응원해 준다. 11살, 8살이다. 두 아들도 당구를 조금 친다.
▲육아와 선수, 구장 운영 등 굉장히 바쁠텐데. 힘들진 않나.
=스케줄이 빡빡하다. 다만 일본에 있을 때 저에게 첫 번째는 가족을 케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연습, 세 번째가 LPBA투어에 참가하는 것이다. 스케줄이 바쁘지만,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바쁜 스케줄임에도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제가 긴 시간 동안 당구선수로 활동해 왔지만 지금껏 이렇게 멋진 여성대회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지금 제가 LPBA 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데, 가족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에 있을 때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최대한 가족들에게 집중하려 한다.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준우승 임혜원]
▲경기 소감을 밝혀달라.
=(대회가) 끝나서 너무 후련하다. 이제야 잠을 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결승전을 앞두고 긴장 돼서 잠을 잘 못 잤다.
▲1세트는 이겼는데, 2~3세트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정신적으로 집중이 덜 됐다. 경기시간이 늦은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다.
▲유명선수들을 이기고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아직까지 실감이 안난다. 사실 제가 저를 완전한 프로선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선수는 맞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LPBA에는 워낙 잘 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승까지 온 것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동호인으로 즐기는 당구와 프로선수로서 경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음가짐이 가장 다른 것 같다. 가벼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중압감도 크고,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연습을 얼마나 하나.
=이제 선수를 직업으로 하다 보니 당구에 쓰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지난 시즌 데뷔 후에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현재는 그렇게 까진 열심히 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하루 3~4시간 연습한다. 남자친구(대대 32점 동호인)와 공을 같이 친다. 옆에서 많이 알려주고 있고, 남자친구가 코치라고 생각한다. 레슨은 4~5년 전에 잠깐 받았다. 자세나 기본적인 코칭은 김동훈 선수에게 배웠고, 이후 이충복(하이원리조트) 프로님께 레슨을 받기도 했다.
▲동호인 출신인데 짧은 시간에 성과를 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크게 바뀐건 없다. LPBA 경기 특성상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든 생각이 있다면.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제가 결승까지 올라온 이유는 정말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저와 비슷한 많은 분들이 (LPBA 상위 라운드에) 톱랭커만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기죽지 않고 경기하셨으면 좋겠다.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힘을 많이 키우고 싶고, 체계적으로 시스템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 지금은 시스템을 쓰긴 하지만 감에 더 많이 의존해서 경기해왔다.
▲결승 상대인 사카이는 기본이 탄탄하다. 차이가 느껴지나.
=경험에서 차이가 컸다. 그래도 제가 이번 대회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없는 큰 경기를 했으니,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다음번 결승에 진출한다면) 조금 덜 떨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떨거 같다. [하이원리조트(정선)=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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