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 배당세, 지방세에 각종 기여금까지 더하면 국가는 기업이 버는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고 할 수 있다. 남은 절반으로 기업은 고용을 유지하고 위기에 대비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필자는 수도권에 7개의 대형 물류센터와 이를 건설하기 위한 설계, 자재 생산, 시공, 운영 등 총 1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납부해왔다. 외형은 민간이지만, 그 속은 반쯤 공공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와 기업이 파트너라면 마땅히 서로 신뢰해야 한다. 기업은 투명하게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며 국가는 일관된 기준과 예측 가능한 규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의 계열사는 전국 10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실은 '토끼굴' 같은 목적도 크다. 어느 도시에서 규제가 과도하거나 예측이 불가능해지면 그곳에서 물러나고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전에 피난처를 준비한 것이다.
현실은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다. 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해석이 달라지고, 기존 협의나 판단이 어느 날 '관례상 어렵다'는 말로 바뀌기도 한다. 사업자는 매출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감정 곡선을 예측하며 움직여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용인 물류터미널 개발사업이다. 총 8000억원 규모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10년 넘게 지방정부와의 해석 충돌과 조건 변경으로 발이 묶였다. 법원은 최근 이 규제가 부당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6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 몫이다. 그중 절반은 국가로 환수됐을 세금이었다. 이 사업이 지체되면서 사라진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이는 민간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의 손실이다. 그런데도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로비를 받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정당하게 사업을 추진한 기업으로서는 존재하지도 않은 의혹에 대한 '부인'이 언론에 나가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나는 규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규제가 없다면 질서도 없다. 그러나 규제는 설계돼야 한다.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는 도전과 창의가 필요한 민간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은 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금지된 것을 명확히 하고, 그 외는 가능하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은 도전하지 못하고, 공직자는 책임지지 않으며, 시민은 일자리를 잃는다.
행정은 감시자가 아니라 파트너여야 한다. 국가와 기업이 서로의 책임을 공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진짜 동업 관계, 지금부터라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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