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그레첸 무어 힐튼 아시아태평양 마케팅&로열티 부문 부사장, 김유승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 코리아 대표 그리고 임정빈 롯데카드 카드영업본부장은 3사가 협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각 사가 가진 장점을 적극 활용해 해외여행 수요가 높은 한국의 여행객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3사는 힐튼의 로열티 프로그램 기반의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인 '힐튼 아너스 아멕스 프리미엄'과 '힐튼 아너스 아멕스' 두 종을 출시했다. 연회비가 각각 50만원, 25만원으로 비싸지만 힐튼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쇼핑·식음료·항공 등 일상 소비에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적립한 포인트는 전 세계 139개국, 8600여 개 힐튼 호텔과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무어 부사장은 "힐튼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항상 그랬지만 최근 해외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경우 70년에 걸친 오랜 파트너십을 이미 유지하고 있었고, 롯데카드는 한국 시장의 이해도와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유승 아멕스 코리아 대표도 "한국은 다른 시장에 비해서 카드 이용률이 높아 기회가 많아 아멕스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이나 해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는 국민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국민 해외관광객은 2019년 2871만4247명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며 2021년 122만2541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868만6435명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여행을 나가고 있는 만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엄 카드를 선보인 셈이다.
기존에 힐튼은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이미 해당 카드를 운영 중이었는데 올해 국내에 출시하면서 한국에서도 로열티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카드 입장에서도 이번 카드는 중요하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악화한 가운데 연체율까지 상승하자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수익성과 경제력 있는 고객들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자 롯데카드가 힐튼과 아멕스와 손잡고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임정빈 본부장은 "힐튼은 글로벌 톱 호텔 브랜드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롯데카드가 가진 롯데그룹의 유통 인프라까지 더해지면 여행 고관여 계층에게 가장 적합한 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카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카드가 힐튼과의 독점 PLCC 카드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김 대표는 "제휴카드는 많지만 PLCC는 독점적으로 특정 카드사와만 하게 돼 있어서 더 의미 있다"며 "힐튼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혜택을 줄 수 있어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의 프리미엄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상품 출시 후 6개월 만에 5000장이 발급됐으며 힐튼은 올해 말까지 1만장 발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신규 가입 고객 중 3040대의 젊지만 경제력 있는 고객들이 많아 이들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 본부장은 "상품 출시 이후 발급된 카드 97%가 연회비 50만원의 프리미엄 카드고, 젊지만 경제력을 가진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며 "카드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기보다는 고객층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 이들이 지속적인 고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카드 보유 시 힐튼 아너스 멤버십 '골드 등급'이 자동 부여되며 연간 2400만원 이상 이용 시 최상위 등급인 '다이아몬드'와 함께 주말 무료 숙박권 2장이 제공된다. 일반 카드 역시 조건 충족 시 골드 등급 및 무료 숙박권 1장을 받을 수 있다.
3사는 카드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고객 혜택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힐튼 아멕스 LTO(Limited-Time Offer) 프로그램을 하반기에도 추가 진행하고, 다양한 고객 니즈에 맞춰 다이닝 부문 할인과 호텔 패스트트랙 등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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