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위축된 상황이지만 극심한 공급난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로 전월세 시장 쏠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주택 공급량은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부동산R114는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26만3000여 가구로 지난해 대비 27.6%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을 지난해 대비 22% 줄어든 23만7000여 가구로 전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2~3년간 입주할 신규 물량을 결정하는 분양 시장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예정량은 14만6000가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주택 공급난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전망에 따르면 신규 주택 공급의 핵심 지표인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 35만가구에서 올해 33만가구로 5.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산연은 이처럼 공급 관련 모든 지표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2025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약 50만가구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에 한국 내 정치 불안정이 더해지면서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중장기적인 공급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수요층의 자금조달 부담이 감소하게 돼 주택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할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반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지역 간 불균형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025년은 서울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심화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하위시장별 핀셋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월세 시장 움직임도 주거 불안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중 92%가 올해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을 예상했으며, 서울 월세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도 86%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로 인한 매매수요의 임대시장 유입과 함께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 4년을 초과하면서 그동안 억제됐던 가격 상승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더욱 가중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상반기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장세가 마무리되면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해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하반기에 큰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전세난이 신축에서 구축으로 이어지고 서울 전셋값에 영향을 주는 경기권의 입주 역시 올해부터 역대급 감소 사이클에 진입하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경기권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올해 공공주택 공급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000가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착공 지연과 공사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주거 선택권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일경제신문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규제 추가 완화'(복수 응답·44%)와 '공사비 갈등 정비사업 현장 지원책 확대'(44%),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확대'(42%) 등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2026년 이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1만8000가구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공급 절벽 심화의 해로 본다.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신규 공급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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