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2025년 미국 입국장 장면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입국 심사 현장은 더욱 엄격하고 까다롭게 변모했다. 비자나 영주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당연히 미국 입국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최근 미국 공항에서는 예기치 않은 이유로 입국 거부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얼마 전 미국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은 현재 미국 입국 심사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명문 브라운대학교 의대 신장내과 교수인 레바논 출신 라샤 알라위 박사는 짧은 고국 방문 후 미국으로 귀국 길이었다. 그러나 입국 심사 과정에서 그녀 휴대전화에 저장된 헤즈볼라 지도자 장례식 사진 한 장이 발견된 게 문제였다.
현장에서 즉시 그녀의 H-1B 취업비자가 취소됐고 하루 만에 강제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연방 법원이 내린 추방 중지 명령조차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영주권자들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얼마 전 미국 뉴햄프셔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독일 출신 영주권자에게 입국 심사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10년 전에 있었던 경미한 마약 소지 전력이 시스템에서 발견되면서 며칠간 구금됐다. 영주권은 분명 ‘영구 거주 권리’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입국 심사관 재량으로 신분상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특히 180일 이상 미국 밖에 머문 영주권자는 더욱 철저한 심사를 대비해야 한다. 요즘은 입국 심사 과정에서 휴대폰과 SNS 검열까지 일상화되고 있다.
2019년 있었던 팔레스타인 출신 하버드 신입생 이스마일 아자위 사건은 당시 큰 충격이었지만 이젠 유사 사례가 드물지 않은 현실이다. SNS 친구들의 게시물 하나가 본인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어 입국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도 주의해야 할 상황이다.
유학생과 연구자,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작은 실수가 결정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최근 하버드 의대 연구원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던 러시아 출신 크세니야 페트로바의 경우가 그렇다.
세관 신고서에 연구용 개구리 배아 샘플을 기재하지 않은 사소한 실수 때문에 현장에서 비자가 즉각 취소됐다. 예전 같으면 경고나 벌금 수준으로 끝났을 일들이 이제는 즉각 추방과 비자 취소로 이어진다.
미국 이민변호사협회(AILA)는 학교의 행정 착오로 인한 간단한 등록 문제도 이젠 결코 간단히 처리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2025년 현재 미국 입국 심사는 어느 때보다 까다롭고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대응을 통해 충분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비자 목적과 실제 방문 목적이 완벽히 일치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입국 심사관과 소통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목적을 준비해야 한다. 또 미국 방문을 앞두고는 SNS 활동을 자제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민감한 자료는 삭제하고 클라우드로 이동시키는 등 휴대전화의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수적이다.
과거 입국 기록이나 전과 기록, 체류 초과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문제 될 여지가 있다면 출국 전 전문적인 법률 상담을 받아야 현명하다.
입국 심사를 앞뒀다면 미리 준비한 모든 서류를 지참하는 것도 필수다. 작은 서류 하나가 미국 입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2차 심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변호사 연락처를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별도 종이에도 기록해 두면 좋다.
미국 입국도 이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대이다. 철저한 준비와 대비만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의 미국 입국장은 분명 만만한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이 어려운 과정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유리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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