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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흐리고, 숨 가쁘고…"노인 고충 이해돼요"

고령친화 생애체험 해보니
80대 노인 몸 경험한 청년들
10㎏ 모래주머니 옷에 휘청
백내장 안경쓰자 시야 방해
노인고충 해결 돌봄로봇 주목
약 챙겨주고 고독사도 막아줘

  • 차창희
  • 기사입력:2025.02.06 17:26:52
  • 최종수정:2025-02-06 19: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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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에서 참여자가 고령 친화 생애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이곳에선 무게 10㎏의 노인 체험복을 입고 평형 체험, 일상생활 체험 등 노인의 몸 상태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에서 참여자가 고령 친화 생애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이곳에선 무게 10㎏의 노인 체험복을 입고 평형 체험, 일상생활 체험 등 노인의 몸 상태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
"몸이 너무 무거워요. 숨도 가빠지는 것 같아요."

취재진이 10㎏에 달하는 모래주머니가 달린 노인 체험복을 하나하나 착용하자 몸에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6㎏을 넘어서는 조끼를 상체에 걸쳤을 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노인 체험복을 착용하면 관절이 퇴화한 70·80대 노인이 느끼는 몸의 무게와 활동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80대 노인의 몸이 되고 나니 신체 건장한 2030 청년도 결코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 팔목, 무릎 관절에 착용한 장비로 인해 걸음걸이가 불편해졌고 쉽게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한 20대 여성은 노인 체험복을 입은 후 휴식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가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해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체험복을 착용한 지 30분이 지나자 "힘들다"며 체험복을 일부 벗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빈영희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 연구원은 "처음엔 자신만만하게 노인 체험복을 입은 청년, 중장년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힘들어한다"며 "주변 노인이 얼마나 힘들게 일상생활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에선 고령 친화 생애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신체 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을 보다 잘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노인의 몸 상태를 경험해 보려는 청년과 중장년의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복지사 등 업계 관계자나 실버산업학과,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자주 찾는다.

참여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체험활동은 특수 제작된 노인 체험복을 입고 고령자의 일상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팔에 모래주머니를 착용한 채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과일 따기' 게임을 할 때는 '곡소리'가 나기도 했다. 신체적 반응이 느린 노인의 특성을 살려 팔을 위로 든 채 과일을 따는 자세를 6초 동안 유지해야 했는데, 상당수 체험자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곳에선 백내장, 녹내장, 반맹증, 당뇨성 망막증 등 노인성 안질환을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안경도 구비돼 있었다. 불편한 신체뿐 아니라 청년에 비해 불편하고 제한적인 노인의 시야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 취재진이 백내장 안경을 착용해보니 눈앞이 뿌옇게 혼탁해져 잘 안 보였다.

이날은 고령 친화 생애체험과 함께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시니어 스마트홈도 경험해볼 수 있었다. 특히 노인의 외로움, 고독함을 달래줄 수 있는 '반려 돌봄 로봇(인형)'이 눈길을 끌었다. '효돌' '효순'이라고 명명된 인형의 손을 잡으니 "할머니, 저도 두 손을 꼭 잡을래요"라는 어린이 목소리가 나왔다. 또 돌봄 로봇은 인지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람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정기적으로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로봇도 있었다. 빈 연구원은 "돌봄 로봇은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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