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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정치개입 한다는건 망상 … 민주당 탄핵시도 당장 멈춰라"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인터뷰
대외환경 급변하고 사회 분열
개헌해야 한다 위기의식 느껴
권력 추구하는 사람 개헌못해
李겨냥 "누구도 법위에 없다"
포퓰리즘이 국민 힘들게 할것
尹설득 못해 정말 송구하다
구두굽 닳도록 국민 만날것

  • 안정훈
  • 기사입력:2025.05.04 17:31:36
  • 최종수정:2025-05-04 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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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신문·MBN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신문·MBN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대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판결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그런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반지성적이죠. 5000만 국민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고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대법관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자 차분했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신문·MBN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전 총리는 공직을 떠난 뒤 특유의 '온건 화법'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한층 날카로운 표현으로 정치권 행태를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개인에 대한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이미 국민이 잘 아실 것"이라면서도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포퓰리즘 중심의 정책 구상은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참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 구상과 관련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빠르게 단일화 물꼬를 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모든 방식에 열려 있다. 저 자신의 욕심은 과감하게 버리겠다"며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다음은 정치 분야 주요 문답.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대외적으로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대내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분열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개헌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내부 갈등·분열을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해 급변하는 국제질서에도 대응할 수 있다. 공직에서 일해보니 '내가 권력을 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은 개헌을 하기 어렵더라. 한마디로 '권력을 추구하는 분은 이런 일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이런 분열과 갈등이 우리 국민이 이룩한 기적을 송두리째 쓸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과 더 큰 책임을 지는 길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 결과 '대선까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국익을 지키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행정가인데 정치를 해결할 수 있나.

▷국회와 행정부 간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 저는 선거에 출마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정치가 어때야 국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 통합을 유도하고 민생을 챙기며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두 뒷굽이 닳도록 소통하고 의견을 들을 각오가 돼 있다. 2주에 한 번씩 기업, 야당, 노조, 시민단체 등을 만나겠다.

-권한대행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있다.

▷여러 정권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 여러 대통령을 존중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뜻을 가장 존중했다고 확신한다. 물론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적도 있고 항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민에게 충격과 고통을 드린 적도 있다.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총리로서 주어진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 총리보다 책임 있는 자리로 간다면 더 소신 있게 국민과 각계각층을 설득해가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개헌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먼저 삼권분립이다. 권력이 국민을 힘들게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 첫 번째다.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야 한다. 그다음 '국민 동행'의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와 인권 보호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이다. 수도 이전 등을 포함해 말뿐 아니라 정말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의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3년 안에 해결된다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차세대 젊은이들, 노련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저 대신 나서서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시간이 촉박한데.

▷단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김 후보와 (전화 통화에서) "며칠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안 했고 "빠른 시일 내에 보자"는 얘기는 했다. 김 후보는 굉장히 청렴하고 과거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며 적극 참여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도 이미 통화했다. 훌륭한 분이고 같이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우리가 개헌으로 기본적 제도를 잘 만들면 이 후보를 포함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올바른 정치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을 검토한다는데.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런 일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선고를 내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은 망상이다. 최근 어떤 분이 '대법원 판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물어서 "제가 거기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런 나라일 거라 생각하는 사고는 확증편향이고 반지성적이다. 5000만 국민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고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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