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걸까?
뜨겁고도 서늘하며 거친듯 섬세하다. 어두운듯 애틋하고 텁텁함이 가시질 않는다. 작지만 강렬한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이 여름 극장가에 등판한다.
25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작품은 보이지 않는듯 명확한 선,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운 아이들의 세계를, 우리 사회의 민낯을 통해 덤덤하고도 깊이감 있게 그려낸 올해 독립 영화계 최고 기대작이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소도시로 이사 온 기준. 새 학교에 등교하기도 전에 새 운동화가 사라지고, 모든 시선이 향하는 곳은 동네에서 소문난 문제아 형제, 영준과 영문이다. 어느 여름 날 만난 이들은 그렇게 서로의 세계를 마주한다.
누군가 그어 놓은 선, 그 얄팍하고도 어설프기 그지없는. 기준은 지금까지 알지 못한 형제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그 선을 넘나들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아이들의 세계는 흔들린다. 그리고 기준은 끝내 형제의 그림자에 잡아먹히고야 만다.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배경, 친숙한 캐릭터들. 그런데 어쩐지 묘하다. 미묘한 긴장감, 거리감, 불편함도 느껴진다.
전학생 기준과 동네의 문제적 형제, 그리고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들까지, 한 여름 이들이 마주하는 세계가 낯설지만은 않다. 빠져들수록 한켠이 아리고 먹먹해진다. 감정을 은근하게 쥐고 흔드는 힘이 상당하다.
지난해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선공개되며 일찍이 뜨거운 호평을 받은 영화는 지난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은 물론, 2024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어른들의 몰염치한 욕망이 만들어 놓은 두 계급의 상황에서 순응하거나 방치되고 배제되는 아이들의 세계를 서늘하게 그린 수작”이라는 극찬과 함께 넥스트링크 상의 영예를 안았다.
‘맥북이면 다 되지요’ ‘미스터 장’ 등을 만든 장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이재준·최현진·최우록·정준·고서희·강길우가 출연했다.
7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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