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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규제 조이면 中企까지 충격…탈탄소 정책 ‘정의로운 전환’ 고민해야 [기자24시]

불황 겪는 산업계 탄소 규제 강화 우려

  • 서대현
  • 기사입력:2025.07.08 11:41:08
  • 최종수정:2025.07.08 11: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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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겪는 산업계 탄소 규제 강화 우려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자료=울산시>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자료=울산시>

4대강 보 전면 개방, 탈원전, 탈탄소…. 정권이 바뀌면서 환경단체가 들이밀 것으로 예상되는 청구서들이다. 특히 탈탄소 청구서는 이번 하반기에 현실화될 수 있다. 하반기에 결정되는 ‘제4차 배출권 할당 계획’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은 줄이고 탄소배출권 의무 구매량을 뜻하는 유상할당을 확대할 경우 일어날 일이다.

산업계는 탈탄소 기조 아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특히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과 철강 업계는 위기감이 크다. 이미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데 탄소 규제마저 강화되면 생산 비용이 증가해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논리는 이렇다. 경영난에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대기업은 탄소 배출 허용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스팀 등을 공급하는 중소업체도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산업계 전반에서 매출이 줄고, 일거리가 감소해 고용이 불안해지고 지역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막연한 걱정이라고 무시하기 힘들다. 실제 울산석유화학공단 모 대기업은 2~3년 전부터 탄소 배출 허용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은 생산한 스팀을 공급하지 못해 하루 3000만원 상당 15t의 스팀을 하늘로 날린다고 했다.

또 국내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장은 대부분 울산, 여수, 포항 등 지방에 있다. 해당 업종은 지역 주력 산업이다. 탄소 배출 규제 때문에 경영난이 심해지면 지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누군가는 논리적 비약이라 볼 지 모른다. 하지만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킬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2015년 국제기후협약인 파리협정 이후 우리나라도 5년 마다 탄소 감축 목표를 세우고 추진중이다. 하지만 10년째 기업은 곡소리만 하고, 환경단체는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일만한 투자 여력이 없거나 기술 개발이 덜 된 상태에서 목표만 앞세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40%이다. 올해 하반기 이 목표를 올려 2035년까지 60%를 감축한다면 기존 배출량을 감안할 때 탄소 3억3000만t을 더 줄여야 한다고 한다. 국내 화력발전소 탄소 배출량은 연 2억t. 단순 계산하면 화력발전소를 전부 가동 중단하고도 1억3000만t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매년 심해지는 폭염과 전기 사용량 증가 추세 속에 우리 사회가 이런 변화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일방적 친환경 정책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변화의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을 탈탄소 정책에 적용했으면 한다.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위한 속도전보다 현실을 반영한 균형 있는 정책이 더 지속 가능하다.

사회부 서대현 기자
사회부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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