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이런 현상이 현재 30대 중후반~40대 초반 세대가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와 함께 성장한 이 세대에게 '상대평가'와 '서열 경쟁'은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
'오르비'는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2000년대 중후반 급속히 확장했다. 이 사이트는 입시 정보 공유 플랫폼을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성적을 기준으로 대학 줄 세우기 문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무한 경쟁'에 익숙한 이 세대에게 노력과 성취는 곧 존재의 이유가 됐다. 이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성취물의 '서열화'는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런 서열화된 시선은 대학에서 부동산으로 바뀌며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는 '부동산 계급표'는 수능 등급에 따라 촘촘하게 대학이 나열되는 대학 등급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십억 원의 대출을 내서라도 강남에 진입하려는 최근 30·40대의 움직임엔 이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가속화될수록 사회 전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 지역에 투자가 몰리면서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서울 외곽과 지방은 공동화된다. 지금이라도 이 부동산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두려움에 거액의 대출을 받아 최대한 선호 지역에 집을 사는 행위가 잇따랐다.
정부가 지난 27일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하며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자금줄이 막히며 불타올랐던 매수세는 일시적으로나마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열화된 이 탑승 열차에 올라타려는 욕구까지 정부가 제어할 수 있을까.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나오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김유신 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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