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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엔 너무 아프다”는 청년들에게…버티라는 대답만 반복하는 어른들 [기자24시]

  • 김송현
  • 기사입력:2025.06.25 11:02:34
  • 최종수정:2025.06.25 11: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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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만으로 아프다’는 뜻의 존재통(存在痛)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돌고, 매일 10명의 청년이 스스로 소중한 생명을 저버리고 있다.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30대 이하 환자만 123만 명에 달한다. 젊은 세대가 “살기엔 너무 아프다”며 벼랑 끝에 내몰렸음을 말해주는 숫자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개인의 비극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실패다. 취업과 주거지 마련에 따른 압박은 물론 대인관계에서 밀려드는 고립감으로 노후 설계는커녕 결혼 고민조차 사치가 됐다. 사회가 주입시켜놓은 ‘정상’ 궤도를 밟기도 전에 탈선했다는 공포가 청년들을 덮쳤다. 겨우 살길을 찾아 사회에 도움을 청한 청년들이 윗세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위로가 아닌 “요즘 애들은 버틸 줄 모른다”는 질책이다.

‘버팀’은 어느 세대에게도 해결책이 된 적 없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지난 10년간 극단적 선택 비율이 가장 크게 낮아진 연령대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이는 특정 세대의 의지나 삶을 향한 애착이 유독 강해서가 아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취미모임 지원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립된 어르신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고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생기면서 마음의 병도 치유된 것이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매경DB]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매경DB]

청년에게도 그런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살예방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외로움 정책 차관’을 두는 식으로 청년 고립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구체적인 동력은 없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일본 대비 7% 수준에 불과한 연 562억원 예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필요하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곧바로 ‘루저’ 취급 당하는 구조 속에서는 어떤 지원이라도 생색에 그치기 쉽다. 예산과 인력 편성 등 자세한 계획이 없는 정책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저무는 청춘들의 현실이 매년 우울한 통계로 복제되는 광경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부모 세대는 일방적인 꾸짖음 대신 “괜찮니?”라며 먼저 질문을 던지고, 국가는 뒤에서 청년을 괴롭히는 일자리·주거·대인관계 등 구조를 바꾸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청년을 괴롭히는 ‘존재통’의 고리가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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