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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그대론데 뭐가 기적의 약이냐”…효과 없는 위고비, 내 성격 때문이라고?

핵심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환자 식사습관별 효과 차이 감정적 폭식엔 백약이 무효 개인별 맞춤형 접근 필요

  • 이새봄
  • 기사입력:2025.09.17 13:48:19
  • 최종수정:2025-09-17 1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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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환자 식사습관별 효과 차이

감정적 폭식엔 백약이 무효
개인별 맞춤형 접근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위고비·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적의 다이어트 약’ 성분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모두에게 동일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성분은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최근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개인의 식사 습관에 따라 치료 성공여부는 크게 갈렸다.

최근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 식사(emotional eating)’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이 성분의 체중 감량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감정적 식사란 실제 배고픔이 아닌 스트레스, 슬픔, 불안 등 감정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찾는 행동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폭식을 하거나, 우울하고 슬픈 기분을 달래기 위해 고칼로리 음식을 찾는 습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를 시작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92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는 시각적 자극에 따라 과식하는 ‘외적 식사(external eating)’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약물치료 후 체중과 혈당 수치 모두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들은 1년 내내 변화된 식습관을 유지했으며 체중 역시 유의미하게 줄었다.

반면 스트레스 성 폭식 등으로 인해 감정적 식사 점수가 높았던 참가자들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체중 감량을 달성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치료 초기 3개월간은 폭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1년이 되는 시점에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연구를 이끈 야베 다이스케 교토대 교수는 “GLP-1 약물은 외부 자극으로 과식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감정적 식사가 주된 원인인 경우엔 기대효과가 적을 수 있다”며 “치료 전에 환자의 식사 행동 패턴을 평가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핵심 작용 원리와 관련이 깊다. 이 성분은 음식 섭취 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처럼 작용해 뇌 시상하부의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이러한 기전이 주로 배고픔과 포만감이라는 생리적 신호에 관여하기 때문에, 배고픔과 무관한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감정적 식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기후대학교의 가토 다케히로 박사는 “감정적 식사는 GLP-1 약물 치료로 직접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 요인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감정적 식사 경향이 두드러진 환자에게는 추가적인 행동 치료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의 성공적인 처방을 위해 약물 효과뿐만 아니라 개인의 식사 행동 및 심리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야베 교수는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번 결과가 검증된다면, 간단한 행동 평가가 치료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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