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종식 예상 2022년 초 오픈
점심영업 포기하고 청소, 환경 쾌적
“‘코로나19’때보다 더 어렵다.”
당구장 사장님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으며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당구장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종 당구대회는 풍성하지만, 당구산업 최일선인 당구장은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도 차별화된 노하우로 나름대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당구장이 있다. 과거처럼 호황까지는 아닐지라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활기차게 돌아가는 당구장이다. 그런 당구장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거나 견뎌내는 영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두 번째는 서울 종로 정석당구&아카데미 서병길 대표를 만나봤다.
‘시니어 천국’ 서울 종로3가 ‘송해길’ 한 가운데에 자리한 정석당구&아카데미. 기자가 이곳을 찾은 건 얼마전 목요일 오후였다. 시니어층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환경이라 평일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해도 어느 정도 손님이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직접 들어가본 현장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826㎡(250평) 규모에 쉐빌로뜨 테이블 16대, 허리우드 중대 6대가 들어선 대규모 당구장은 이미 손님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주말에는 10팀 이상 웨이팅이 기본이란다.
이처럼 언제나 손님들로 활기를 띠는 정석당구&아카데미엔 당구장업 40년차 서병길(68) 대표의 오랜 경영 노하우가 녹아들어 있었다. 서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초 과감하게 이 당구장을 오픈했다. 이후 차별화된 고객 및 매장관리 시스템으로 빠르게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당구장업에만 40년을 몸담았다고.
=1980년대 초반 울산에서 작은 당구장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당구장만 15개 정도 운영했다. 한때는 종로 국일관에 1650여㎡(500여 평), 인천 로데오거리에 990여 ㎡(300여 평) 짜리 당구장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한 적 있다.
▲처음 당구장업에 뛰어든 계기는.
=‘당구광’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군공무원을 거쳐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영업부장으로 근무했는데, 당구를 워낙 좋아해 당구장을 창업했다. 당구장 창업 당시만 해도 당구 수지가 30점에 불과했지만, 5년만에 1000점을 찍었을 정도로 당구에 몰두했다. 이후 고 양귀문 선생님과 함께 ‘당구의정석’ 책도 썼고, 당구 1급지도사 자격증도 따 아카데미도 운영했다.
▲당구선수로 뛸 수 있었는데.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영업적인 면에서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당구장을 오픈했는데.
=이곳은 원래 라이브카페가 있던 자리였는데, 2022년 초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다. 일단 입지가 워낙 좋았고,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판단이 있었다. 2022년 초반이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로 기억하는데, 그때 ‘코로나19’가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동호회, 고교동창대회 ‘활발’…지방 손님도 적지않아
고객과 스킨십 강화…직원 유니폼, 오전 무료레슨
▲손님층이 대부분 50~70대인데 대대위주 당구장을 차렸다는 점도 의외다.
=오픈할 때만 해도 당연히 걱정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당구장 경영에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다. 또 오랜 당구팬의 시선에서 봤을 때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프로당구 출범 이후 시니어층도 대대를 많이 즐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의 당구장이 어렵다. ‘코로나19’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정석당구&아카데미는 어떤가.
=감사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신다. 평일에도 테이블이 비는 시간이 거의 없고, 주말엔 10~20팀 정도는 웨이팅을 하곤 한다.
▲정석당구&아카데미만의 장점을 꼽자면.
=첫째 쾌적한 환경을 들 수 있다. 구장이 넓어 화장실과 흡연실 등 부대시설도 넉넉하게 갖췄을 뿐 아니라, 뒤로는 통창으로 탑골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입지다. 구장관리도 최우선적으로 신경쓴다. 밤새 테이블에 먼지가 쌓일까 점심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아침부터 모든 테이블을 청소한 뒤 영업을 개시한다. 아침엔 당구장 앞 보도블록까지 청소한다. 우리 당구장을 찾는 고객뿐 아니라 나 스스로 빨리 출근하고 싶을 정도로 쾌적한 매장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고객과의 스킨십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물론이다. 구장환경만큼 서비스 마인드도 중요하다. 모든 고객들을 가족 구성원처럼 모시려고 노력한다. 구장 오픈 전 2시간 동안 당구레슨도 하고 있는데, 이 시간 동안 무료 레슨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레슨받은 고객들이 우리 당구장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40년 간 15개구장 운영한 ‘당구장 달인’
▲당구장 직원들이 유니폼 입는 것도 특이하다.
=나와 직원들은 내가 직접 고안한 유니폼을 입거나 각자 명찰을 찬다. 그만큼 고객에게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카데미도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고.
=아카데미를 한창 운영할 때는 한 달에 40여 명 이상 레슨했고, 현재까지 1000여 명 정도 된다. 현재는 당구장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인레슨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당구장 규모가 커 대회도 자주 치를 것 같은데.
=당구장 자체 동호회 대회나, 고교동창 대회를 주로 많이 개최한다. 교통여건이 워낙 좋다 보니(지하철 1, 3, 5호선과 인접) 지방에서도 많이 온다. 다만 당구장이 워낙 활발하게 돌아가다 보니 당구연맹 주최 공식대회는 유치할 여력이 없다.
▲당구 테이블과 큐는 어떤 제품인가.
=쉐빌로뜨 테이블 16대, 허리우드 중대 6대를 운영 중이다. 하우스큐는 한밭큐 100자루 넘게 갖추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계속해서 고객들과 교류하며 당구장 경영을 즐기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는 이천서씨 전국대종회 부회장으로서, 현재 추진중인 장위공 서희 선조님의 국가문화재 승격 작업을 꼭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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