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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의 3단계 완성… 새로운 '프런티어 기업' 시대 열린다 [기고]

보조적 업무도구로 AI 활용
AI, 디지털 동료로 진화
기업 조직모델 획기적 전환

  • 기사입력:2025.09.08 16:24:04
  • 최종수정:2025.09.08 16: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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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통화만을 위한 도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도구는 이제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지금은 당연한 일상이 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상상을 현실로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10여 년 전에도 존재했지만 그것이 일터에서 동료처럼 함께 일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조직은 AI를 혁신을 이끄는 성장 엔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년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의 81%가 향후 12~18개월 내 자사 AI 전략에 '에이전트(Agent)'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에이전트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업무의 주체로서 인간 역할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AI가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인간은 비전 수립, 전략 설계, 관계 구축과 같은 고유의 역량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이 AI를 도입하고 내재화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직원이 AI를 개인 업무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드 생성처럼 반복적인 작업에 AI를 적용해 업무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AI가 팀의 '디지털 동료'로서 기능한다. 프로젝트 관리, 회의 준비, 브레인 스토밍 등 다양한 업무에 AI가 능동적으로 관여하면서 인간의 역할은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로 옮겨간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조직 모델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람이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실행하는 주체는 AI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을 '프런티어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각 기업의 '에이전트 관리자'들은 이 같은 과정을 주도하며 기업의 AI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에이전트 관리자'는 디지털 동료의 설계와 업무 위임, 성과 감독까지 총괄한다. 이들은 에이전트의 활동을 데이터로 읽고 대시보드를 통해 흐름을 파악하며,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만 개입한다. 사람 중심 조직 체계에서 확장된 이들의 역할은 AI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의 새로운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 단계를 병행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했다. 이는 프런티어 기업으로 가는 여정이 급진적 변화가 아닌 축적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영업팀이 반복적인 업무에 코파일럿을 활용하자 문서 정리와 고객관계관리(CRM) 관련 자료 입력과 같은 작업에서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그 결과 1인당 매출은 9.4% 증가했고, 거래 성사율도 20% 가까이 높아졌다. 이는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기술이 깊숙이 스며든 성과다.

협업 과정에서는 AI 에이전트 '세일즈 챗'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CRM, 이메일, 회의록 등 흩어진 영업 정보를 연결해 담당자가 필요한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결과 영업팀은 전략적 판단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팀 전체의 대응 속도와 업무 몰입도 역시 높아졌다.

AI가 업무 실행 주체로서 역할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세일즈 에이전트'는 3개월 동안 약 3만6000명의 잠재 고객에게 직접 접근해 정보를 제공했는데, 이 중 10.4%는 실제 영업 기회로 이어졌다.

이는 AI가 단순한 보조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를 선도할 프런티어 기업들은 이미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능성을 먼저 상상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시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험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 확장이다.

이 작은 시도들의 축적이 프런티어 기업이라는 새로운 지형을 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마치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탐험가처럼 말이다.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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