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탓에 소음성 난청 늘어
볼륨 최대치 절반 미만으로
한 번 손상된 청력은 회복 어려워
![무분별한 이어폰 사용이 소음성 난청을 일으킬 수 있다.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의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60분 미만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구글 이미지FX]](https://wimg.mk.co.kr/news/cms/202509/05/news-p.v1.20250905.9674b1809c394c02aea10502c867da74_P1.jpg)
지금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면 볼륨을 확인해보자. 볼륨이 최대치의 절반 이상일 경우, 조만간 난청으로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어폰은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지하철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본다. 동시에 국내 난청 환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을 방문하지는 않지만 생활에 불편함을 겪을 정도의 난청 환자 수가 약 27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7.4%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가면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는 달팽이관과 청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한다. 난청은 이 중 하나 이상의 단계에 문제가 생겨 소리를 드든 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귀는 예민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청력 건강에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오는 9일 ‘귀의 날’을 맞아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난청의 유형과 예방 방법을 알아봤다.
최근 젊은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소음성 난청은 평소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될 때 발생한다. 보통 85데시벨(dB)보다 큰 소리에 계속 노출되거나, 보호 장치 없이 100dB에 15분 이상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을 입는다고 본다. 공사장 소리, 제트기 엔진 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경우가 100dB 수준이다.
국내 인구 100명 중 약 2명은 소음성 난청을 경험한다. 원래 소음성 난청 환자들의 상당수는 현장 노동자들이 많았다. 공사 현장에서 오래 일해 청력이 손실된 것이다. 지난해 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 승인이 난 경우가 6073건에 달할 정도다.
최근 젊은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건 무분별한 이어폰 사용 때문이다. 이어폰은 고막 바로 옆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귀에 전해지는 부담이 크다. 들을수록 소리에 둔감해져 볼륨을 키우게 되고, 그러면 청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외부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건 더 안 좋다. 외부 소음 때문에 음악이 잘 들리지 않게 되면 볼륨을 더 높이게 되기 때문이다.
골전도 이어폰처럼 개방형 모델을 사용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주변 소리가 섞여 들어와 볼륨을 더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난청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박 교수는 “이어폰 볼륨을 최대 크기의 절반 이하로 설정해야 하며, 한 번에 60분 이내로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폰을 써야 한다면 최대한 귀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많이 들었다면 조용한 곳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또다른 유형은 노인성 난청이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노인성 난청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65세 인구 10명 중 3명이 겪을 만큼 흔하며, 관절염, 고혈압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70세 이상에서는 70% 이상이 난청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달팽이관 세포가 손상되고, 청각 신경 기능이 약해진다. 양쪽 귀에 대칭적으로 발생하고, 고음을 듣기 어려워진다. 예방하기도 회복하기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노인성 난청이 생기면 ‘말귀가 어두워진다’는 말처럼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이는 노인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중등도 난청 환자는 치매 발병률이 3배, 고도 난청 환자는 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상대의 말이 안 들릴수록 뇌의 언어 처리 능력이 저하되고, 의사소통이 안 되면 사회적 고립감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요한 건 정기 검사를 통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상대 말을 자꾸 되묻는 경우, 병원에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최근에는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의 기술이 발전해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보청기를 사용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건 물론, 이명을 억제하고 청각 피질의 퇴화를 방지해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달팽이관에 직접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인공와우 수술도 보청기 만큼 음질이 좋지는 않지만, 말소리를 100%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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