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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글 다듬고, AI 그림 고치고…새로운 ‘AI 보정 노동’ 확산

AI 글·그림·코드 다듬는 새로운 형태 업무 등장 NBC “AI 오류 수정, 긱워커의 새로운 일자리” “오히려 더 오래 걸리고 임금 낮아” 지적도

  • 안선제
  • 기사입력:2025.09.01 15:14:42
  • 최종수정:2025.09.01 15: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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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그림·코드 다듬는 새로운 형태 업무 등장
NBC “AI 오류 수정, 긱워커의 새로운 일자리”
“오히려 더 오래 걸리고 임금 낮아” 지적도
챗GPT가 만든 기사 관련 이미지.
챗GPT가 만든 기사 관련 이미지.

최근 인공지능(AI)이 만든 결과물을 보정하는 이른바 ‘AI 보정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일이 부상하고 있다. AI가 기존에는 사람의 반복 노동을 대신하거나 지원하는 기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AI의 결과물을 사람이 보완하는 새로운 일자리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NBC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업무 형태로 AI 콘텐츠 수정, 이미지 보정, 코드 오류 수정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작가들은 챗GPT가 쓴 글을 다듬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티스트들은 어색한 AI 이미지를 수정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AI 도구가 만든 코드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리사 카르스텐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과 개인 고객을 상대로 AI가 만든 로고 시안을 하루 종일 고치며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과거 자신을 위협했던 AI 기술 때문에 오히려 요즘 더 바빠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르스텐스는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AI의 결과물에 화가 난 채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며 “그럴 땐 먼저 공감하고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업무 노하우를 전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 리처드슨 역시 자신의 업무 절반이 AI가 작성한 기사를 다시 써달라는 의뢰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어색한 부분이나 지나치게 AI가 쓴 것 같은 느낌의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NBC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창의적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던 AI 붐이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AI를 활용해 그럴듯한 글을 쓰고 그래픽을 만들고 앱을 코딩할 수 있게 됐지만 AI가 생성한 결과물만으로는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할 만큼의 만족스러운 최종품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마무리 작업을 맡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미국의 프리랜서·긱워커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워크(Upwork)와 파이버(Fiverr) 등 일자리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은 AI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AI와 협업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는 추세다.

파이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수채화 동화책 일러스트’, ‘쇼피파이 웹사이트 디자인’ 등 웹 디자인이나 책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틈새 작업 수요가 250%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AI의 결과물을 보정하는 작업이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게 제기되고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충실하면서 약간만 수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도 발생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러한 업무가 상대적으로 더 쉬울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낮은 임금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NBC는 일부 프리랜서들이 이 같은 형태의 업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상적이지 않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프리랜서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 일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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