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그래디언트 퍼블리싱워킹그룹장. [사진=그래디언트]](https://wimg.mk.co.kr/news/cms/202508/04/news-p.v1.20250731.76a5364269e14bc8a390de58a6e7e7da_P1.jpg)
“지금은 돈이 신이 된 사회에요. 비단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도 맹목(盲目)적으로 돈을 쫓죠. 질문을 잃은 눈들을 하고 있어요. 질문의 학문인 ‘과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과학지식 플랫폼인 ‘쏙(SOAK)’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그래디언트의 김병민 퍼블리싱워킹그룹장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쏙을 만든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쏙은 그래디언트가 지난 4월 런칭한 무료 지식 플랫폼이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환경과학, 천문 등 기초과학 분야의 컨텐츠를 포함해, 키워드 탐색, 퀴즈, 토론 등의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도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김 그룹장은 “쏙은 일방향적인 과학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발적인 질문을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플랫폼”이라며 “과학 컨텐츠계 ‘넷플릭스’이자 퀴즈와 토론이 이뤄지는 과학계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쏙에는 이미 150여개의 컨텐츠가 존재한다. 각 주제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며 동시에 원고를 읽거나 들을 수 있다. 해당 주제의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주제와 연결된 키워드로 학습 범위를 스스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예를 들어 지금 쏙에서 가장 핫한 컨텐츠는 장이권 이화여자대 에코과학부 및 생명과학전공 교수의 ‘남극 대륙은 사막일까 툰드라일까’ 강연이다. 그래픽과 함께 장 교수가 직접 해당 주제로 강연한다.
강연 끝에는 ‘왜 툰드라에는 키가 큰 나무가 자랄 수 없을까’란 질문을 던진다. 거기에 참여자들이 답변을 하면 장 교수가 직접 답을 해주는 식이다.
![[사진=그래디언트]](https://wimg.mk.co.kr/news/cms/202508/04/news-p.v1.20250731.6491e696719f48d98f34e4f316a34ebd_P1.jpg)
김 그룹장은 컨텐츠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패로 나무로 한땀 한땀 밀어내는 느낌이라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약 600개의 원고가 있다”며 “모두 컨텐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컨텐츠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도 도입했다. 강연자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강연 영상을 만들고, 관련 그래픽도 직접 만들어 낸다. 김 그룹장은 “세세한 말버릇까지 모두 모사하기에 강연자가 내용 검수만 해주면 컨텐츠 제작이 끝난다”며 “컨텐츠 생성보다 질을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쏙 플랫폼은 11명이 기획단으로 활동 중이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 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정하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등이다. 저자는 현재까지 104명을 확보했다.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전문과학컨텐츠기업 등에서 온 이들이다.
김 그룹장 역시 저자다. 김 그룹장은 과학교양서적인 ‘사이언스빌리지’와 ‘슬기로운 화학생활’ 등의 책을 쓴 바 있으며 현재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고품질의 과학분석장비를 만드는 연구를 하다 자식들에게 들려준 과학 얘기들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몰입하게 됐다”며 “사람들에게 ‘유레카 모먼트(Eureka Moment·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민 그래디언트 퍼블리싱워킹그룹장. [사진=그래디언트]](https://wimg.mk.co.kr/news/cms/202508/04/news-p.v1.20250731.b74990908fc541bb8b164dc2d910f992_P1.jpg)
쏙 플랫폼 가입자는 현재 약 3700명 정도다.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우선적 목표다.
김 그룹장은 “플랫폼 내의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용자에게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방문 같은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설명을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컨텐츠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김 그룹장은 “교육청과의 컨텐츠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디언트는 서울대 물리천문학을 전공한 이기형 대표가 1997년 창업한 기업이다. 과거 인터파크에서 사명을 바꿨다. 이 대표는 과학과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2014년 설립된 비영리공익 재단인 ‘카오스재단’을 세우는 등 과학문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카오스(KAOS)의 철자를 뒤집은 쏙(SOAK) 플랫폼 역시 그 일환이다. 김 그룹장은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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