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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AI’ 막혔던 벽 뚫렸다 …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첫 공개

  • 김규식
  • 기사입력:2025.07.13 14:34:13
  • 최종수정:2025.07.13 14: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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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질병은 무엇일까. 의료 분야 연구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지만 이를 연구하는 것은 그동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병원마다 보유한 질병 데이터의 형식이 제각각이고 이를 종합해 분석하려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외부 반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풀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바꿔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최근 정부가 한국의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소버린 AI’ 육성을 천명하면서 고품질 데이터를 안전하게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7월 민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운영 기관으로 선정됐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지난 11일 언론에 공개된 강원도 춘천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는 정밀의료 분야를 위한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이 설치돼 있다. 이노베이션존은 외부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제로 트러스트는 ‘절대 신뢰하지 말고, 항상 검증하라’는 보안 원칙을 의미한다

이곳은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10개 병원이 수집한 약 1400만 명 규모의 의료 정보를 가명 처리해 보관하며 병원과 연구기관 등이 이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분석실과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갖췄다. .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병원별로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연구자들이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결합해야 하는데 이노베이션존은 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연구기관은 비싼 보안 환경을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데 이노베이션존 덕분에 안전하게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 데이터를 연구에 쓰려 해도 가명정보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사용한 뒤 반드시 폐기해야 했다. 다른 기관과의 공유나 재사용도 금지돼 AI 개발이나 빅데이터 연구처럼 장기적으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았다.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에서는 이런 제약이 크게 완화됐다. 가명정보를 최대 5년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고 필요하면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재사용과 제3자 활용도 허용돼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연구나 개발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통합관제센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통합관제센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이 한국형 AI 발전에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은 단순한 규제 완화 차원을 넘어 AI 주권 시대의 데이터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정밀의료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AI 모델을 학습하려면 결국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소버린 AI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 운영이 허용되지 않아 연구자나 기업이 반드시 현장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USB로 데이터를 들고 춘천까지 와야 하는 점 때문에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송과 분석이 가능해지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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