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언제부턴가 시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전쟁으로 미국 주식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머스크는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는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며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다.
구글은 검색 독점 문제로 유럽을 중심으로 소송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애플은 AI 투자가 늦어지며 매출 성장이 정체 상태다.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일부 빅테크들이 성장성에 한계를 드러내며 종목 교체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빅테크의 부진은 미국 지수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S&P500·나스닥·다우 등 3대 지수가 모두 상반기에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애플과 테슬라, 엔비디아 중심의 빅테크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젊은 호랑이' 필리프 라퐁 코투매니지먼트 설립자에게 월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대부이자 '호랑이 왕'으로 불리던 줄리언 로버트슨 타이거매니지먼트 회장의 수제자로, 최근 보유 종목 교체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최근 나스닥에 막 상장한 코어위브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애플을 지난 1분기에 전량 매도했다. 구글과 테슬라도 보유하고 있긴 하나 그 비중은 미미하다.
월가에선 2022년 로버트슨의 별세, 올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의 은퇴 이후 라퐁이 두 사람을 이어 월가의 '멘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로버트슨 회장은 내부 기밀과 감(感)에 의존한 투자가 주류였던 헤지펀드 업계에 기업 데이터 분석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로버트슨은 생전에 라퐁 등 4명의 제자를 키워냈는데 이 중 라퐁이 데이터 분석 능력과 수익률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퐁은 1999년 코투매니지먼트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 440%를 기록하며 운용자산 규모를 650억달러로 키워냈다. 특히 AI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투자자들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관투자자 보고서 13F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코투매니지먼트는 AI 기업 50곳에 투자하고 있으며 AI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주력 5대 종목은 메타플랫폼(9.55%), 아마존(9.02%), TSMC(5.83%), 콘스텔레이션에너지(5.48%), MS(5.41%)다.

코어위브의 매출은 비상장사 시절인 2022년 158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예상 매출이 5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이는 MS·오픈AI라는 '투톱' 고객사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코어위브의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기준 74.2%에 달한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율이다. 소프트웨어 업종 내에선 60%를 넘으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코어위브의 이익률은 MS(69.8%), TSMC(56.1%), 아마존(48.9%)보다 높다.
스스로 '데이터 집착증'을 인정한 라퐁이 중시하는 또 다른 지표는 직원 1인당 매출이다. 현재 보유 비중 1위인 메타의 경우 올해 253만달러(약 35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을 작년 말 직원 수로 나눈 값이다. 2021년에는 164만달러였으니 4년 만에 54.5%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24년 메타의 매출총이익률은 무려 81.7%다. 전 세계 빅테크 중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라퐁의 보유 비중 1위 종목이 메타다. AI를 통해 맞춤형 광고 시장을 키워가는 동시에 AI로 대체가 가능한 직원들은 과감하게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그가 유망 종목이자 포트폴리오 집중 종목으로 선정한 5대 종목 역시 1인당 매출이 평균 이상으로 증가하는 곳들이었다. 2021년 대비 2025년 1인당 매출 성장률이 TSMC는 73.1%에 달한다. TSMC는 고성능 AI 반도체를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에 아마존(52.8%), MS(31.8%)도 다른 빅테크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클라우드 내 생성형 AI 사업과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어 생산성이 높다. 이와 달리 애플과 구글은 같은 기간 1인당 매출 성장률이 각각 4.5%, 9.1%로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구글파이낸스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7일 주가는 상장 이후 최고점 대비 13% 하락했다. 아무리 미래 성장성이 좋더라도 실적 대비 고점 부담과 초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 욕구는 피할 수 없었다는 것.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뜻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은 28.4배로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야후파이낸스 PSR 기준으로는 메타와 TSMC가 11배 수준으로 상대적인 저평가 상태다. 아마존은 수익의 대부분을 클라우드에서 벌지만 매출 대부분은 온라인상거래에서 나온다. PSR이 3.7배로 나와도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이 같은 부담으로 아마존의 주가는 최근 1년(2024년 7월 8일~2025년 7월 7일) 동안 6.7% 오르는 데 그쳤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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