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5.7만여명…유입 3.5만여명
최선의 보상책 제시 평가 나오기도
![서울시내 한 KT 매장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독자 제공]](https://wimg.mk.co.kr/news/cms/202507/10/news-p.v1.20250710.75b8af4ffb544f7b9d475ad570fac597_P1.png)
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태의 과실을 인정하고 위약금 면제를 결정한 가운데, 가입자 이탈 러시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후속 조치로 고객 보상과 보안 강화를 제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위약금 면제 종료일이 닷새가량 남은 만큼 이동통신회사들의 막판 가입자 유치 전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통신당국도 이 과정에서 공포·비난 마케팅이 확산하지 않도록 통신업계 임원들을 불러 모아 주의를 줬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결정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 수는 5만7838명으로 집계됐다. KT로 2만7893명이, LG유플러스로 2만 9945명이 이동했다. 반면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 수는 3만5928명이었다. 결론적으로 2만1910명이 빠져나가는 데 그쳤다.
SK텔레콤 유심 정보를 보관해 둔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이후 약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만8000명씩 순감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위약금을 면제해 준다고 다른 통신사로 넘어간 가입자가 유의미하게 늘어나지는 않은 셈이다.
- 관리자 서버에 저장된 평문 ID·PW를 통해 추가 침입
- 삭제만 하고 관계기관 미신고, 침해 흔적 무시
- HSS 서버 등 주요 장비에서 유출 정황 확인
- 통신망법 위반 논란
-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 총 28대 서버에서 33종 악성코드 발견
- 계정·암호화·대응 등 다중 보안 부실 지적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텔레콤 해킹 사태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면제 ▲한 달 치 통신 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매달 50GB 데이터 무료 제공 ▲멤버십 할인 확대 등 보상안을 마련했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수익 악화 부담을 감수하고 최선의 보상책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을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났다”며 “SK텔레콤이 유심을 무상 교체해 주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데다가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 수준의 판매장려금을 책정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LG유플러스 매장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7/10/news-p.v1.20250710.8f0916e9d8ed40c3a5234a8265498bb5_P1.png)
SK텔레콤 가입자들도 탈회와 유지 사이를 저울질 중이다. 위약금 면제는 모바일에만 적용되기에 인터넷·TV 결합 혜택이나 온 가족 결합 할인을 받고 있다면 해지하지 않는 편이 나아서다. 이에 계약 해지 대신 고가 요금제를 저가 요금제로 변경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데이터 60GB가 필요해 ‘베이직플러스50GB’(6만6000원·74GB)를 사용하던 가입자가 ‘베이직’(4만9000원·11GB)으로 전환하면 데이터는 충분해지면서 요금은 1만7000원 줄어든다. 이 요금제를 연말까지 유지하면 10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가입자 A씨는 “보상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고 장기 고객 혜택을 포기하기가 어려워서 통신사를 옮기지 않으려 한다”며 “어차피 KT나 LG유플러스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기에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이탈자를 흡수하려는 이통사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일부 영업점은 ‘SK텔레콤 탈출 기회’라고 적힌 종이를 외벽 가득 붙이며 모객 행위에 나섰다. 홈페이지에는 ‘SK텔레콤 해지 위약금 없이 안전하게 번호이동 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띄웠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고객 설득 세일즈 대본.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https://wimg.mk.co.kr/news/cms/202507/10/news-p.v1.20250710.239cb1ae8f7a4aef9ed40d52700ddf8b_P1.png)
공포심을 유발하는 시나리오도 논란이 됐다. KT 영업점은 고객의 성향(둔감형·불신형·민감형·회피형)에 맞춰 대응할 것을 지시하며 ‘내 인생이 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SK텔레콤이 위약금을 포기했다는 건 못 막는다는 선언’, ‘나중에 더 큰 돈이 나간다’ 등 멘트가 담긴 대본을 공유했다.
KT·LG유플러스 관계자는 “소수의 유통점에서 일탈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모니터링에 포착되는 즉시 합당한 제재를 내리고 있다”며 “대표이사 명의로 과도한 마케팅을 금지하는 공지가 게재되기도 했고 내부적으로도 자정 작용 지침을 내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기한이 오는 14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고 오는 22일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는 만큼 통신시장 과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통사 임원들에게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지난 5월에도 이통사 임원들에게 이용자 차별 영업 정책을 중단하라고 경고하면서 실태 점검을 병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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