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스로픽는 보상 확대
기업들 슈퍼인재 확보 총력전

메타와 오픈AI 간 치열했던 인재 확보 전쟁이 이제 빅테크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 경쟁력을 넘어 ‘생존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총괄하던 루밍 팡이 메타의 AI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그룹으로 이직했다. 메타와 오픈AI 간 인재 쟁탈전이 애플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팡은 2021년 구글에서 애플로 이적해 약 100명 규모의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FM)’ 팀을 이끌어왔다. 이 팀은 ‘애플 인텔리전스’와 향후 시리(Siri) 개선을 위한 LLM을 개발해온 핵심 조직이다. 팡은 최근 메타가 제안한 수천만 달러 수준의 연봉 조건을 수락하고 이직을 택했다.
메타에 핵심 인력을 빼앗긴 오픈AI도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최근 인재 유출 이후 일부 직원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재검토하고 있다”라며 “일부 인재에겐 수억 달러 규모의 옵션이 제시됐다”라고 전했다.
오픈AI의 지난해 주식 기반 보상 비용은 44억 달러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디 인포메이션은 “주식 보상 비용 증가가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 투자가 기업 혁신의 핵심 지표였다면, 지금은 AI 기술 자체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AI 생태계에서 ‘한 명’의 인재가 기업의 기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 변수라고 여긴다. LLM 등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데는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고도의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를 갖춘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AI 성능이 모델 크기, 데이터, 컴퓨팅 자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는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이를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수 천재 연구자가 이 법칙을 기반으로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고, 이는 곧 기업의 독점적 기술 우위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AI는 소수의 핵심 인재가 주도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기업도 있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가 최근 공개한 ‘2025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인재 확보 경쟁에서 독주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사 후 2년 이상 근무한 인재의 잔존율이 80%에 달해, 딥마인드(78%)나 오픈AI(67%), 메타(64%)보다 높다.
앤스로픽은 최근 615억 달러(약 83조원) 밸류의 시리즈E 라운드 이후 현직·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지분 일부를 되사는 ‘직원 주식환매’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미국에서 만난 글로벌 테크 기업 출신 개발자는 “AI 기술 주도권을 놓치는 순간,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라며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가 결국 인재 전쟁을 가속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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