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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 없인 SMR·AI센터·우주기지 없죠

박선규 건기硏 원장 인터뷰
외부 충격 막는 원자로 외벽
우주 화성서 벽돌 생산기술
건설R&D로 고도화하는 중
"홍수·싱크홀 등 재해 막을
국민안전 기술개발도 앞장"

  • 고재원
  • 기사입력:2025.07.06 17:49:53
  • 최종수정:2025-07-06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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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건설기술이 9할입니다. 인공지능(AI) 역시 발열을 잡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나 막대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전력센터 건물 없이는 무용지물입니다."

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은 AI와 SMR, 우주항공 등 세계가 경쟁 중인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제대로 꽃피우려면 그에 걸맞은 건설기술이 필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첨단기술의 종착역은 건설기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건설기술은 최신 과학기술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선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서도 빠지는 등 후순위로 밀려 있다.

박 원장은 이른바 '막노동(노가다) 이미지' 때문이라고 봤다. 건설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헬멧을 착용한 모습 때문에 과학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최근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 역시 그릇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 같은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연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국가 기반시설 성능과 안전 고도화 기술 연구개발(R&D), 고성능 건설자재 기술 R&D 등 건설기술 분야 최신 R&D를 수행한다.

'미래 원자로'로 불리는 SMR이 대표적이다. SMR의 핵심은 '모듈(조립 부품)'인데, 퍼즐이나 레고처럼 모듈 형태로 제작된다. 대부분 부품과 기기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후 현장으로 이송되기 때문에 건설기간은 물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작은 형태의 원자로를 분산 건설할 수 있어 송전망 구축이나 송배전 비용도 절감된다.

박 원장은 "SMR에서 생산된 전기가 집까지 보급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철탑부터 전선 등 플랜트와 관련된 모든 기술이 건설기술"이라며 "눈에 보이는 대부분 구조물이 건설기술에 해당해 이것이 없다면 SMR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설연은 차세대 원전 구조물에 대한 건설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원자로 주변 콘크리트가 중성자에 장기간 노출돼 사용 종료 후 해체 시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술, 원자로 격납건물 외벽 콘크리트를 외부 충격에서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도록 초고강도화하는 기술 등이다.

미래 우주건설 시대 또한 대비 중이다. 박 원장은 "달 환경 모사시설에서 연구소와 기업체가 개발한 탑재체와 관련해 우주환경 시험도 수행 중이며 국가 달 탐사 미션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달이나 화성 환경에서 벽돌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인 우주기지와 시공로봇 관련 우주건설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기술개발 활동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실제로 건설연 주요 임무 중 하나가 국토 재해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매해 홍수 등의 재해로 80명이 목숨을 잃고 약 7000억원 규모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국민들이 싱크홀(땅 꺼짐) 현상을 많이 걱정하는데, 재해에 과학기술로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TF는 건설연 내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한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산사태 예방 센서 등 재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연내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박 원장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재해나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비하겠다"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인 안전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0년생인 박 원장은 성균관대에서 건설환경공학과 구조공학을 공부했고 베를린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토목학회 부회장과 성균관대 부총장,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이사를 지내고 지난 11월 건설연 원장에 취임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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