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아르템 피시먼 다우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가 미디어 산업에 미칠 변화에 대해 "AI는 기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흥미로운 방식으로 업무를 지원할 것"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저널리즘의 원칙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시먼 CT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배런스, 마켓워치 등을 거느린 글로벌 미디어 그룹 다우존스에서 브랜드의 기술 전략과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테크 업계의 주요 인물이다.
그는 다우존스가 이미 다양한 AI 모델을 실험 중이며, 외부 언론 및 기술 기업과의 협업에도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와 AI와 저널리즘의 미래, 글로벌 미디어의 전략, 중국발 AI 혁신 동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AI는 미디어 산업 혁신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AI 기술을 활용해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우존스는 뉴스룸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뉴스 퍼블리셔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것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AI 언어 번역을 사용해 사용자층을 확장하거나 뉴스를 데이터와 인사이트로 변환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자들이 업무에 가져오는 고유한 가치와 전문성을 AI가 결코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AI 광풍이 '레거시 미디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WSJ, 뉴욕타임스(NYT)와 같은 미국의 전통 매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미디어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저널리즘의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기업으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AI가 효율성과 혁신을 가져오면 오히려 새로운 시대가 열리듯, AI는 기자를 대체하지 않고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TV,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시대가 왔다.
―AI로 인해 뉴스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까. 요즘 젊은 세대는 뉴스 웹사이트 대신 유튜브, 틱톡 등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눈에 띈다.
▷변화할 것이다. 저희도 사용자 그룹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WSJ 등 신뢰할 수 있는 편집진의 시각을 원한다. 맞춤형 정보도 좋지만, 에코 체임버(동일한 의견만 접하는 현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을 얻고 싶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소스의 중요성은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종이신문 구독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종이신문을 선호한다. 종이신문만의 독특한 레이아웃과 시각적 소비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 전달 방식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10년 전에도 신문이 곧 사라질 거라는 말이 있었지만, 저널리즘 자체는 더 강해질 것이다. 단순히 사실 전달을 넘어 해석과 분석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기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챗GPT를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기자들은) 이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개인적으로 구글 대신 AI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그 답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AI를 통해 생산성이 20~30% 향상되는 것을 보고 있다. 기자 역시 AI를 활용해 아우트라인을 빠르게 만들거나, 리서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해석과 조합이 여전히 중요하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해 딥페이크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AI는 저널리즘을 지원할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생성적 AI의 부상이 미디어 산업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다우존스는 새로운 AI 기술에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교육 세션을 열고 뉴스룸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보도 전반에 걸쳐 높은 저널리즘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더 커지겠다.
▷그렇다. 딥페이크나 허위정보 탐지 등은 아직 발전 중인 분야다. 고품질 AI 제품에서도 사실과 다른 답변이 종종 나오기 때문에 인간의 검증은 필수적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언론사들의 AI 협력에 있어 내부적으로 AI 기업에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지 논란이 있다. 신뢰 문제도 있다.
▷우리도 오픈AI와 협업하고 있다. 데이터와 콘텐츠 기업과 기술 혁신 기업 간 파트너십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바른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요미우리신문과 다우존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유와 협력 방향은 무엇인가.
▷여러 관계가 얽혀 기회가 만들어졌다. 기술 발전으로 콘텐츠 번역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다양한 지역에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성장시키려는 다우존스의 야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정보 및 분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의 도약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저 역시 딥시크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분명히 전 세계가 이제 모델 개발이 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일어난다는 걸 깨닫고 있다. 물론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은 인프라스트럭처 운영, 답변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실제 사용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여러 질문을 던지게 하지만, 모델 자체의 개발과 혁신은 정말 흥미롭다. 전 세계가 함께 협력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딥시크가 어떤 자원을 이용해 모델을 훈련했는지 알 수 없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픈AI도 처음엔 완전히 오픈을 지향했지만, 이후 방향이 달라졌다. 걱정이 있다면 인프라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AI 기업과의 협업에도 열려 있나.
▷우리는 모델에 대해 중립적(model―agnostic)이다. 언젠가는 모델이 상품처럼 될 것이고, 우리는 데이터와 정보를 보호하는 데 집중한다. 저작권자와 파트너에게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델 가든 접근법(여러 모델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문제없다. 실제로 10여 개 모델을 내부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미디어와 기술의 교차점을 정의할 수 있는 트렌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향후 5년의 핵심 트렌드는 사용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르템 피시먼 CTO는 글로벌미디어 AI혁신 이끈 테크리더
아르템 피시먼 CTO는 미디어와 테크 산업을 넘나드는 글로벌 기술 리더다. 몰도바(구소련)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골드만삭스, 톰슨로이터, 뉴욕타임스, 야후, 사운드클라우드, 링크트인 등 세계적 기업에서 기술·제품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링크트인에서는 콘텐츠 경험 조직을 총괄하며 글로벌 홈피드와 미디어 플랫폼을 혁신했다. 사운드클라우드 CTO, 야후 부사장 등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2023년 말 다우존스 CTO로 합류한 이후에는 2000명이 넘는 글로벌 엔지니어링·제품·디자인 조직을 이끌며 월스트리트저널, 배런스, 마켓워치 등 핵심 브랜드의 기술 전략과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뉴욕 CTO 클럽 공동의장 등 업계 리더십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더 테크웨이브'는 국내외 테크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발로 뛰며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 아래 쏟아지는 IT 뉴스 뒷단에 감춰진 진짜 의미를 '딥 다이브(Deep Dive)'로 알기 쉽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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