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8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심의한 추가경정예산안 내 1조8000억원 규모 인공지능(AI) 예산의 상당 부분은 미국·중국 등 선도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국내 AI 컴퓨팅 자원 확보에 쓰이게 된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통해 확보한 컴퓨팅 자원과 정책 자금을 기반으로 ‘국가 대표 AI 모델’을 개발할 회사를 최대 5곳을 선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추경 예산 1조4600억원을 투입해 올해 11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분을 연내 우선 도입한다고 18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 참여 기업이 어떤 GPU 모델을 도입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겠지만, 추경 예산안은 우선 엔비디아의 H200과 블랙웰 제품 기준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GPU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 참여 기업이 비용 효율성,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해 최적의 기종으로 확보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GPU 구매 때 일정 부분을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활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센터가 11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클라우드 업체 등 민간 기업들이 보유한 GPU 2600장을 AI 모델·서비스 개발사들이 빌려 쓰는 예산으로 1천723억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2000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AI 모델·서비스 개발사를 뽑는 ‘월드 베스트 거대언어모델’(WBL) 프로젝트에 선정된 최대 5개 기업이 활용하게 된다. WBL 투입 예산은 1936억원으로 최대 3년간 GPU, 데이터, 인재 등 필요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이들 WBL로 선정된 개발사들은 국가 AI 컴퓨팅 센터가 구축한 GPU 자원 활용에서도 우선권을 갖는다. WBL 기업 선발은 다음 달 공모를 시작해 8월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올해 본 예산에서 298억원에 그쳤던 NPU를 중심으로 한 국산 AI 반도체 조기 상용화를 위한 실증 사업 규모를 752억원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높은 잠재력을 가진 국내 AI 반도체 기업이 최적 시간 안에 NPU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 제작, 검증 등을 직접 지원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적시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1조2000억원 인수 제안을 거절한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 등 업계는 올해 예산이 GPU 확보에 치우쳐 국내 AI 반도체 업계 지원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대표 AI 모델·서비스 개발사로 선정된 WBL팀에는 GPU 등의 하드웨어 지원뿐 아니라 AI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된 텍스트 및 멀티모달 데이터를 지원하거나 저작물 데이터의 공동 구매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WBL팀으로 선정될 모델·서비스 개발사의 구체적 윤곽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언어 모델, 영상 등 멀티모달 모델, 특화 분야의 버티컬 모델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부연했다. WBL 팀에는 해외 우수 AI 연구자를 유치할 때 인건비·체재비·연구비 등을 팀별로 1년에 20억원까지 매칭 지원한다.
해외 최고급 AI 연구자를 국내에 유치할 경우 3년간 최대 연 20억원을 지원하는 ‘AI 패스파인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나아가 AI와 과학기술을 융합한 분야의 국내외 우수 박사후연구원 400명에게 최고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기 위해 300억원이 투자된다. 개발된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정부 사업과 연계가 모색되고 AI 서비스 개발 시 국산 NPU 활용을 검토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아울러 AI 인재들이 겨루는 ‘글로벌 AI 챌린지’를 하반기에 열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100억원이 투입된다.
유상임 장관은 “‘1년이 늦어지면 AI 경쟁력은 3년 뒤처진다’라는 절박한 각오로 추진 과제를 철저히 준비해 AI 3대 강국(G3)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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