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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전력수요 급증 … 스페인 블랙아웃 교훈 잊지 말아야 [사설]

  • 기사입력:2025.07.10 17:45:35
  • 최종수정:2025-07-10 1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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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최대 전력수요가 95.7GW를 기록하며 전력거래소의 예측치를 2GW 가까이 초과했다. 전력 수요 예측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7월 초인 7일과 8일에 벌써 이틀 연속으로 이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심각한 경고 신호다. 기후변화로 폭염을 비롯한 이상기온이 더욱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다. 이에 걸맞은 전력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온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지난 4월 28일 스페인 블랙아웃(대정전) 사건이 이를 입증한다. 그날 스페인은 태양광 59%, 풍력 12%, 원전 11% 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0%를 넘었다. 하지만 전력망 주파수가 급락하며 15GW 규모의 전력 공급이 단 5초 만에 중단됐다. 전력 공급이 반토막 나면서 전국적 블랙아웃이 18시간 넘게 계속됐다.

이번 사건은 재생에너지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는 태양광과 풍력은 원자력과 화력 발전에 비해 주파수 급락에 취약하다. 비상시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는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원전 같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도 필수다. 그러나 스페인은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전력망 현대화에는 30센트를 투자했다고 한다. 한국은 예외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한국전력이 2021~2023년 4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력망 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원전 건설은 현 정부에서는 계획조차 없다.

스페인 블랙아웃의 교훈은 분명하다. 에너지 전환은 '속도'보다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등으로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만 확충할 경우 국가적 재앙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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