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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에 국가 마비된 스페인·포르투갈, 남의 일 아니다 [사설]

  • 기사입력:2025.04.29 17:41:35
  • 최종수정:2025.04.29 1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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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28일(현지시간)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다. 교통 마비와 공장 가동 중단 등 큰 피해를 입은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철이 아닌데도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어난 데 대해 우리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높은 제조업 비중 때문에 산업 전력 수요가 매우 크다. 단 한 번의 블랙아웃도 초래하는 손실이 엄청나다. 특히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분야는 대규모 전력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향후 블랙아웃을 막을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번 정전 원인으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지역 내 극심한 온도 차가 전력선에 진동을 일으켜 정전을 촉발했다는 '유도대기진동' 설도 있다. 또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기후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전력 확보가 힘든 점이 제기되기도 한다. 스페인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56%나 된다.

이번 사태로 정전은 언제든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임이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한여름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그때마다 전력 중단 우려가 제기되곤 한다. 특히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산업 팽창에 대비해 전력 확보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부족한 전기가 AI로 쏠리면 다른 산업과 가정, 사회 곳곳에서 정전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전력 목표수요는 129.3GW에 달한다. 올해(102.5GW)보다 26.1% 증가한 것인데, AI 향배에 따라 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송전망 건설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것도 전력 불안정을 낳는다는 점에서 개선할 일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마다 AI에 100조~200조원 투자를 공약했지만 전력 확보 방안은 전무하다. 블랙아웃에 처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전력 수급 대안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다. 또한 정전에 따른 사회 혼란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교한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이래저래 유럽 정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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