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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상국면…생존의 길 찾아라 

앞으로 3~4개월이 중요 …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여라
1. 전시경제내각을 짜라 2. 은행자본확충부터 하라
3. 구조조정, 빠르고 확실하게 4. 코리아 IR팀을 구성하라
5. 창조적 SOC로 한국형 뉴딜해라p

  • 장광익 송성훈 장용승 김태근 신현규
  • 기사입력:2008.11.26 18:12:53
  • 최종수정:2008-11-27 07: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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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위기탈출 5대 액션플랜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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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이 우리를 기다린다. 언제 끝날지, 그 끝이 어딘지 아무도 알 수 없다."(전직 경제장관) "앞으로 3~4개월이 한국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경제살리기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현정택 KDI 원장,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

'한국 경제'호는 외환위기 수준을 넘는 비상국면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깊은 좌절의 늪에 빠진다. 지금 한국은 L자형이냐, U자형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소한 3년 정도 극심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제전문가, 지도층 사이에 만연하다.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매일경제가 전ㆍ현직 고위공직자, 교수, 연구원장, 정치인, 기업인, 사회원로 50여 명을 인터뷰해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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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경제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 중국 인도도 경제동력이 급속히 식어간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있어 2% 성장은 사실상 정체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경제전망까지도 나왔다. 건설업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대량 실업과 소득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구호는 한가롭다. 지금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을 준비가 됐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매일경제의 답은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근거는 명백하다. 먼저 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 위기의식을 증폭시키고, 시장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는 악수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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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구조조정을 말하면서 한편으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청와대의 메시지는 이중적이다.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는 대통령의 언급도 온당치 못하다.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리더십을 잃어버린 기획재정부, 금리와 유동성대책에서 번번이 '뒷북'을 치는 한국은행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경제팀 인선을 최우선하고 "1분도 미룰 시간이 없다"고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보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금 정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매일경제가 우리 정부ㆍ국민이 당장 시작해야 할 시급한 액션플랜 5가지를 뽑은 것은 '생존'에 대한 절박함에서다. 특단의 조치 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좌고우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5대 액션플랜은 사회지도층 인사 50명 의견을 기초로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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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전시경제내각을 짜 한 목소리를 내고 △은행 자본 확충을 서둘러야 하며 △빠르고 확실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코리아IR팀을 만들어 세계와 함께 호흡해야 하고 △창조적 SOC사업을 통한 한국형 뉴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5가지 행동전략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험난한 생존의 길을 위해, 힘들어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요건이다.

◆ 겨울은 3년 이상 지속된다 =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을 둘러봐도 좋은 신호를 찾기 힘든 게 지금 상황이다.

눈앞에 보이는 세계 경제의 적신호들은 조만간 우리에게 닥칠 현실이 된다. 먼저 수출은 꺾이고, 내수는 살아날 기약이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경제권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데 우리의 수출이 견뎌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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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재정부 전망이 나왔지만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다. OECD는 이미 한국 경제가 내년 소비 감소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세계경제가 25년 만에 최악의 경기후퇴를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가 전망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2%에 불과하다.

9만명대로 떨어진 신규 일자리 증가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게 거의 확실하다.

건설과 조선업종에서 시작된 기업 구조조정 공포는 이제 거의 전 업종으로 번지고 있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그래서 3년 이상 장기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침체가)적어도 2~3년은 갈 것"이라고 했고, 임영록 전 재경부 차관은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두고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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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연세대 교수,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경기 침체 기간에 대해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다시 실물이 금융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최소 두 차례, 많게는 서너 차례까지도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장기 불황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 정부도 국민도 너무 안이하다 =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대응은 "안이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정부는 위기상황을 강조하고 그 심각성에 대해서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러나 신속하고, 질서있게,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정책은 기관별로 제각각이다.

여당과 정부 간에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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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통화스왑 비준이나 수정예산안 처리까지 발목을 잡는 야당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핫이슈였던 감세와 추경, 수정예산안 등 처리에 있어 당정이 이미 노출한 혼선을 생각해보자.

또 재정부와 한은 간 자존심 싸움, 각 경제부처 수장들이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은 어떤가. 이미 경제상황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데 우리는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만 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전시경제 상황인데 국민적인 통합은 요원하고 정부의 메시지는 긴박함을 던져주지 않는다. 말로는 위기를 외치지만 이런 자세로는 감히 우리 경제 미래를 점칠 수 없다.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대표는 "금융시장에서 (정부의)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시장에서 강력한 통제력이 없기 때문에 신뢰를 잃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5대 액션플랜 왜 나왔나 =

매경이 제안한 5가지 위기 탈출을 위한 생존전략의 공통점은 모두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시경제내각 구성과 은행 자본확충은 단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전시내각 구성은 상징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명확하고 질서 있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현 경제팀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국민 대타협을 도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제팀 전체가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 여부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가 각개 전투를 하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전쟁'에 올바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자본 확충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장치를 전제로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피'다. 혈액순환이 막히면 손써볼 수도 없이 우리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말라붙은 일자리, 싸늘히 식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공공 부문이 먼저 투자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 투자를 이끌려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의 신성장 기반이 될 수 있는 창조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발굴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은 그래서 절실하다.

건설과 조선업에만 거론되는 기업 구조조정이 전 업종으로 파급되는 것은 이미 시간문제가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구조조정 원칙을 엄정하고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침체는 국외에 대한 감시와 IR기능의 중요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별도로 코리아IR팀을 만들어 한국 경제 신뢰도를 높이는 일은 그래서 더 급한 과제가 된다.

[특별취재팀=장광익(정치) 기자 / 송성훈(산업) 기자 / 장용승(부동산) 기자 / 김태근(경제) 기자 / 신현규(증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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