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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경부라인 … 수도권 산단도, 부산·대구 상권도 텅텅

1분기 지역총생산 살펴보니
수도권 0.2% 부울경 0.5%
대구 -3.9%로 전국 최하위
건설·제조업 침체 장기화에
작년 4~5%서 1년새 급락

  • 이대현/박동민/우성덕/류영욱
  • 기사입력:2025.06.26 18:00:25
  • 최종수정:2025-06-26 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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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과 통상 불확실성의 장기화 속에 국내총생산의 3분의 2 가까이를 담당하는 산업 중심축 '경부라인'의 부진이 구조화되고 있다. 경기 용인, 화성 등 수도권 주요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에 사정을 묻자 "경기가 최악으로 추락한 지 오래라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불황이 오래되다 보니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와 고용까지 멎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동남권에서는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같은 유동인구 밀집 지역조차 '임대' 딱지가 붙은 상점들이 빠르게 늘어나며 장기 불황이 고착화되고 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1분기 성장률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2%, 0.5%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5.1%, 4.1%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세가 두드러진다. 대경권(대구·경북)은 -0.4%로 역성장했고, 이 중 대구는 -3.9%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저성장의 배경엔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 부진이 있다. 전국 기준 건설업 생산은 12.4% 줄어들며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5개 권역(강원·제주 제외)에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고 대경권은 무려 -19.7%, 동남권 -11.5%, 호남권은 -20.5%를 기록했다. 김대유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GRDP 성장률) 숫자가 많이 낮아 지역 경제성장이 둔화한 것"이라며 "건설업은 부동산 부진 영향이 있고 2023년에 건설수주가 굉장히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상황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과 동남권은 각각 0.1%, 1.2% 성장에 그쳤고, 대경권은 -1.2%로 뒷걸음쳤다. 대구는 -8.8%로 지난 1년간의 성장분을 모두 상쇄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고, 서울도 -4.3%를 기록하며 1년 내내 제조업 생산이 줄었다. 부산은 직전 분기 전국 최고 성장률(11.3%)을 기록했으나 이번 분기엔 -1.2%로 급락했다. 김 국장은 "대구는 주요 업종인 광업·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이 모두 감소했다"며 "건설업은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수도권 산단 입주 기업 관계자는 "거래처도 줄고 신규 수주도 거의 없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며 "매달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불황 여파로 산단의 공실률은 상승세다. 입주 기업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중소형 단지가 적지 않으며 신규 입주 문의도 급감하고 있다.

부산의 중심이자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서면역 인근 상권도 침체다.

도시철도 서면역은 월 이용객이 450만명이 넘는 부산 최대 유동인구 지역이지만, 1층 상가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56)는 "한때 웨이팅이 있을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 손님이 급감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며 "임대료는 높은데 경기 침체로 손님이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자영업자들은 계속해서 폐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 최대 상권인 중구 동성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7%로,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이던 2020년 4분기 공실률(18.12%)을 넘어섰다. 거리 곳곳엔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고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동성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보다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며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가 겹치며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현 기자 / 박동민 기자 / 우성덕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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