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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 대신 중국 향하는 개미 투자자

테슬라 한물갔나…비야디로 쏠리는 돈 이젠 美 M7보다 中 7대 거인…중심 이동

  • 명순영,최창원
  • 기사입력:2025.03.14 12:27:04
  • 최종수정:2025.03.14 12: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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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한물갔나…비야디로 쏠리는 돈
이젠 美 M7보다 中 7대 거인…중심 이동

‘미국 주식 팔고 중국을 사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는 가운데 ‘중학개미’ 투자자 어깨는 으쓱 올라갔다. 강남 부유층 사이에선 “정치적으로 중국은 싫어도 투자는 중국 증시”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증시는 홍콩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연초 이후 반등세를 이어나갔다. 항셍지수와 홍콩H지수는 20% 넘게 뛰었고,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CSI500인덱스도 상승세를 탔다.

현지 언론도 들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 상당한 자본이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케빈 류 CICC리서치 중국 해외 포트폴리오 전략 분석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행동을 취했다”며 “이들의 움직임은 동일 비중(equal weight) 또는 비중 확대(overweight)”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불을 지폈다. 이때 발표된 경기 부양책과 로봇·반도체·자율주행과 같은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중국으로의 자금 쏠림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투자자를 공포로 몰아넣은 홍콩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도 안정권에 진입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2022년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 4938~8789 구간에서 발행됐다. 현재 지수(8700선)보다 낮기 때문에 지수가 이대로 유지되면 대다수 투자자가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중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은 홍콩증권거래소. (EPA=연합뉴스)
중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은 홍콩증권거래소. (EPA=연합뉴스)

中 기술 굴기 투심 자극

딥시크 등장 뒤 주가 급등세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스닥지수가 연일 최고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한 반면, 중국 시장은 수년째 약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9월부터다.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내수 부양 의지를 밝히면서다.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건 ‘딥시크’ 공개 이후다.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등장은 엔비디아 주가 폭락의 계기가 됐다. 지난 수년간 하락을 거듭한 중국과 홍콩 증시는 딥시크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기술주가 주목받으며 중국판 매그니피센트7(M7)로 불리는 ‘테리픽10(샤오미·알리바바·BYD 등 10개 주도주)’이 크게 뛰었다. 이들 종목이 포함된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올 들어서만 36% 급등했다.

‘7대 거인’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7대 거인’은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이 중국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7개 기업을 선정해 최근 붙인 이름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제이디닷컴, 넷이즈(NetEase)가 포함된다. 아직 공식 용어로 볼 수는 없어 일부에서는 바이트댄스나 메이투안을 7대 거인에 넣기도 한다.

올해 들어 중국 7대 거인 기업 주가가 40% 이상 상승했다. 절대 금액으로는 4390억달러가량 뛰었다. 반면 이 기간 미국 ‘매그니피센트7’ 주식은 약 10% 떨어졌다. 7대 거인 기업의 멀티플(향후 영업이익 대비 주가)은 약 18배로, 매그니피센트7 기업에 비해 40% 이상 낮다. 그만큼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볼 만한 대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민간 기술 기업 수장들을 만난 것도 투자심리에 불을 붙였다.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제프 웨니거 주식 부문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M7이 테리픽10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반년 전에 시작됐지만 투자자들은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를 돌며 투자 기회를 찾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세 가지 핵심 사업 부문에서 중국 업체로부터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BYD, 샤오미 등의 발 빠른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만 바라보던 글로벌 투자자들도 중국 증시를 예의 주시한다. 씨티그룹은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는 동시에, 중국 증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HSBC도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도를 중립에서 ‘비교적 높다’로 높였다. JP모건은 중국 기술주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향후 10~15년간 평균 연간 수익률이 7.8%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한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향한 개인투자자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1월 국내 투자자의 중화권(중국·홍콩) 주식 거래액은 7억82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로 전달 대비 179% 급증했다. 2022년 8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규모로, 유럽(5억8600만달러)과 일본(4억5600만달러)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홍콩으로의 자급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월 한국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을 1억8900만달러(약 27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022년 3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 여파로 국내 투자자들이 한동안 홍콩 증시에서 손을 뗐으나, 올해 들어 항셍지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 투자자 관심은 홍콩 주요 기술주로 쏠린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샤오미(9022만달러)였다. 그 뒤를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7763만달러)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4324만달러)가 이었다.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며 ‘차이나 펀드런’이 발생한 국내 중국 펀드에도 최근 한 달 새 2000억원 넘는 자금이 쏠렸다.

사진설명

당장 눈여겨볼 종목은

알리바바·비야디·유비테크

증권사를 막론하고 언급되는 톱픽은 알리바바다. ① 딥시크를 뛰어넘는 가성비 AI 모델 개발 ② 애플과의 AI 협업 ③ 시진핑 리스크 해소가 주된 이유다.

알리바바는 최근 자사 AI 모델 ‘QwQ-32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해당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가 ‘딥시크-R1’ 대비 5% 수준이지만 성능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저렴한 훈련 비용 대비 고성능으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보다도 ‘가성비’를 높였단 얘기다.

애플 협업 소식도 호재다. 중국 시장 내 판매 부진을 고민하던 애플은 알리바바와 AI 부문 협업을 결정했다. 양 사가 손을 잡고 AI 폰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할 방침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망 섹터로 보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더해지는 소프트웨어를 봐야 한다”면서 “중국 빅테크 중에서는 알리바바가 톱픽이다. 클라우드 매출 성장과 애플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잠재됐던 시진핑 리스크도 털어냈다는 평가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중국 지도부의 금융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발언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알리바바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반독점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마윈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 기업 심포지엄에 등장했다. 조금이라도 스캔들이 있는 기업인이 이 행사에서 배제됐음에도 마윈은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도 증권가 관심 대상이다. 비야디는 중국의 ‘전 국민 자율주행 시대’ 중심에 서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은 막대한 금액을 자율주행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고,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길을 터주는 양상이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최근 “저가 모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차종에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전기차 강자로만 평가받았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중적인 자율주행 전략은 판매량 확대와 동시에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모델 성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로봇 산업을 언급한 증권사도 여럿이다. 특히 개별 기업 중에선 유비테크가 눈길을 끈다. 유비테크는 중국 최초로 상업용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Walker)’를 개발한 업체다. 올해 2분기부터 워커 S시리즈를 파트너사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중국산 완제품 로봇 규제 가능성이 높지만, 자국 내 파트너십만으로도 충분한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자립화 드라이브

캠브리콘·SMIC 고공 행진

반도체 산업도 주목받는다.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자리한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자생력 확보를 대응책으로 내세운다. 정부 차원의 반도체 지원 규모를 늘리며 빠른 속도로 반도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AI 반도체 팹리스 캠브리콘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캠브리콘 주가는 지난해에만 400%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640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3월 12일 기준 774위안을 기록 중이다.

파운드리 업체 SMIC 주가도 올해 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연초 29달러(홍콩달러)였던 주가는 3월 12일 기준 52달러(홍콩달러)까지 올랐다. SMIC는 중국의 반도체 자생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에선 AI 산업의 핵심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토종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없었으면 중국의 AI 굴기는 계획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SMIC는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수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MIC의 지난해 매출은 80억3000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대만 UMC를 제치고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파운드리 3위에 등극했다.

해외 겨냥 소비재 눈독

핀둬둬·로보락·유비테크

증권가는 기술주에 쏠린 따뜻한 바람이 소비재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전인대에서도 뚜렷한 소비재 반등의 재료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증권가는 특히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수채 가이던스(목표치)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는 1조3000억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3000억위안 확대됐다. 하지만 2조~3조위안을 예상한 시장 컨센서스엔 못 미쳤다. 지방정부 특수채 한도 역시 전년 대비 6000억위안 증가한 4조4000억위안으로 시장 컨센서스보다 살짝 낮았다. 이를 고려하면 상반기 재정 집행 속도와 내수·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홍록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테크 중심의 시장 관심도가 소비재 등으로 분위기가 전환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인 소비재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높인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가 대표적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핀둬둬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약 4000억위안이다. 2023년(2470억위안) 대비 60% 증가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200억위안으로 2023년(657억위안) 대비 2배 개선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로봇청소기로 잘 알려진 로보락(베이징로보락테크놀로지)과 에코백스도 눈길을 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기업 모두 주목할 기업으로 꼽으며 2026년까지 매출과 수익성 모두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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