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지난달 27일 열렸다. 대학생 강희원 씨와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주부 황혜영 씨 등 6명의 독자위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 왔다. 독자위원들은 1~2월 매일경제신문의 보도와 매경이코노미, 매경럭스멘 기사에 대해 평가했다.
조성진 위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정부에 가해지는 정책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외국 정부에 관세로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주요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매일경제가 이런 사례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여야 모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이 주장하는 안을 보면 현금성 지원 사업의 비중이 너무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의 전초전 같다. 기본소득의 승수효과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학술 연구가 많은 만큼 야당의 추경안이 합당한지 정책적으로 분석해주길 바란다.
본지와 매경이코노미가 보도한 '딥시크' 기획은 모두 인상적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에도 기회는 있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송재용 위원
매일경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획 기사에 있다. 올해 '위기, 대변혁 기회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년기획도 시의적절했다. 한국은 현재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위기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의 해법으로 정치 개혁을 제시한 점에 크게 공감했다.
CES 2025를 비롯해 첨단기술이 산업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지면을 통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동시에 AI 분야에서의 정부 지원이 미흡했음을 절감했다. 정부의 AI 역량 강화 방안을 분석한 지면(2월 21일자 A1·3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이 독자들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망하는 기획 기사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부가가치세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부가세 제도를 가진 나라들을 미국에 관세를 매기는 나라와 비슷하게 여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게 풀어주길 바란다.
봉욱 위원
'위기, 대변혁 기회로'를 주제로 한 신년기획은 취지와 내용 양 측면에서 모두 훌륭했다. 다만 해법에서 크게 정치와 노동개혁을 주문했는데,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는지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분야를 예로 들면 젊은 연구원들이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면 상급자가 당장 실적이 되지 않는 장기 과제에 대해 연구를 못 하게 한다고 한다. 기업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짚어줘야 한다.
1월 6일자 CES 2025 관련 보도(A1·4면)는 한국의 현주소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경종을 울린 보도였다. 중국, 일본 외에 독일과 프랑스도 대거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은 전략이나 협업 없이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에 그쳐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강희원 위원
올해 신년기획은 주제의 다양성 측면에서 MZ세대 독자들도 공감이 갔다.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혐오와 갈등이 극단화한 현실을 짚어준 지면(1월 8일자 A1·4·5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인터뷰 등으로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를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가짜노동' 혁파를 비롯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점도 좋았다.
매일경제의 주 독자층에 해당하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디지털테크' 면에 인사이트를 얻을 만한 기사가 많았다. AI 기술이 어떤 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 지를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담은 이 같은 기사는 다른 지면에도 확대돼야 한다.
청년층이 관심을 갖고 읽을 기사가 부족한 것은 매우 아쉽다. 청년들은 내 집 마련 등에서도 기성세대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황혜영 위원
탄핵 정국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를 조망한 지면이 많았다. 매일경제의 중심이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줬다. 한국 AI 산업이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는 골든타임이 2년도 안 남았다는 점을 명기한 좌담회(2월 20일자 A6면) 보도는 독자로서 인사이트를 얻은 지면이다. 주요 기획마다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도 좋았다.
시리즈 기획기사 중에서는 '대한민국 부촌 리포트'가 아쉬웠다. 특정 아파트의 연평균 소득을 기사 제목으로 올린다거나 카드 매출액 같은 개인적인 정보를 기사화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독자에 따라 위화감이 느껴질 수 있고, 현재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미경 위원
신년기획은 잘했다는 의견도 많지만 다른 매체와 차별성이 부족했다. 정치, 경제 분야에서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언급된 내용이다. 경제학 분야 교수진들의 인터뷰를 통한 해법 제시도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분야에 참여하는 주체가 재계와 학계만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보다 다양한 시각을 담았어야 했다.
다보스포럼 현장에 직접 다녀왔던 경험이 향후 지면에도 반영되길 바란다. 올해 포럼이 선정한 10대 글로벌 리스크를 보면 두 번째가 '극단적 기상 현상'이고, '지구 시스템 중대 변화'도 순위에 올랐다. 인권 침해를 비롯해 범환경적 이슈를 감안하면 절반에 육박한다. 이 같은 요소는 전부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관련한 내용을 다룬 기획을 보고 싶다.
황철주 위원장
신년기획은 전문가 설문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로서 독자들의 흥미 유발과 이해를 도왔다. 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꼽으며 첨단기술을 위기 타파의 방안으로 제시한 점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줬다. 다만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 요소인 정치와 저출산, 노동생산성에 대한 보도에서는 문제 분석은 있었지만 해당 문제를 해결한 해외 사례 등 참고할 만한 내용이 부족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을 분석한 기사는 삼성이 마주한 복합적 위기 요인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다만 IT 수요 둔화 혹은 중국발 치킨게임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
[이진한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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