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 우승했던 브루스 리우
열정적 ‘7회 앙코르’ 후 2년만의 내한
5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차이콥스키 사계 등 러시아곡 연주

2년 전 내한 독주회 때 무려 7번의 앙코르를 선사하며 한국 관객과 교감한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8)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5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앞둔 그는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날의 놀라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관객들의 어마어마한 열정 덕분에 한국에서의 모든 공연이 상호 존중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나누는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진다. 이번에도 그런 소중한 순간을 모두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우는 2021년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국내에선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직전 대회인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어, 리우를 향한 관심도 적지 않았다. 2023년 첫 내한 독주회 때 쇼팽 소나타 2번, 라모 ‘상냥한 호소’ 등을 선보였고, 뜨거운 관객 환호에 앙코르만 약 30분을 더 연주해 화제가 됐다.
그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음악은 결국 소통이라고 늘 생각해왔고, 당시 관객의 에너지와 내 음악 사이에 즐거운 교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앙코르에 대한 대략적인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지만, 그 순간 개인적으로 즉흥적인 것을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많은 앙코르 연주했던 것 같아요. 각 작품 대부분도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그 자리에서 선택했죠. 관객들이 단순히 예의상 박수가 아닌 진정한 존중을 표현한다는 게 느껴졌고, 공연 내내 그 공간을 같이 공유하며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연결감도 따뜻했어요.”
다시 돌아온 한국 무대에선 차이콥스키 ‘사계’, 스크랴빈 소나타 4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 러시아 작품을 선곡했다. 특히 1년 열두 달을 각 12개의 곡으로 표현한 ‘사계’는 1부에서 앞의 6곡, 2부에서 뒤의 6곡을 나눠 연주한다. 리우는 “각 달의 고유한 분위기와 질감, 시간의 흐름을 담은 작품이라 관객들이 곡의 여정을 더 잘 느낄 수 있게끔 구성했다“며 “차이콥스키 음악이 만들어낸 계절의 대비와 이미지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1월을 묘사한 11번째 곡에 대해 “멜랑콜리의 감정이 주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부드럽고도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며 “이 곡이 주는 반짝임과 서정성을 정말 좋아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러시아 음악이 갖는 특유의 ‘정신’에 대한 해석도 들려줬다. 리우는 “러시아 작곡가들은 깊은 감성과 극적인 강렬함, 거대한 스케일과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곤 한다”며 “이번 공연에서 각 작곡가가 지닌 독창적인 개성을 탐구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또 “이 작곡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의 본질을 포착한다”며 “러시아인의 영혼이 겪는 감정의 사계절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함께해보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인 부모 슬하에 태어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성장했다. 이런 다문화적 배경 덕분에 “무언가 이해하거나 표현할 때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길렀다”고 한다. 피아니스트로서는 “해석하는 사람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리우는 “음악에서 항상 다양한 의미와 감정의 층을 탐색하려고 한다”며 “러시아 음악의 스토리텔링, 프랑스 음악의 우아함과 명료함에 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곡들에 담긴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내 진정한 목소리를 찾으려는 태도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