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케브랑리박물관 소장품 180점
국내 첫 오세아니아 특별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태평양을 누비던 대형 카누가 떴다. 실물로도 배 한 척이 떡하니 놓여 있을뿐더러 전시장 입구에 구현된 디지털 카누도 있다. 이 디지털 카누를 타고 관람객은 오세아니아 섬들의 신비로운 문화와 신화,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로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특별전이다.
전시 유물 180여점 가운데 171건은 프랑스 인류학 박물관인 케즈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 소장품이다. 프랑스가 식민지 시대 수집한 유물들이다. 전시명 ‘마나 모아나’는 처음엔 무슨 뜻인가 싶다가도 전시를 다 본 뒤에는 무릎을 치게 된다.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협업이 과거 유물에 살아있는 역동적인 힘을 불어넣어준다.
폴리네시아어로 ‘마나(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뜻한다. 초자연적인 힘이나 영적 에너지를 의미한다. 하와이와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사람과 동물, 자연물, 심지어 무기와 같은 물체까지도 마나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모아나(moana)’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하는 말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도 있다. 결국 전시를 통해 ‘바다의 신성한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를 포함하는 멜라네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조상 숭배와 신성한 공간, 권력과 교환 의례 등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을 펼쳐보인다. 카누 뱃머리와 후미에 장식된 장식물, 화폐로 쓰였던 진주 조개 자개판, 소년들이 성년식을 치를 때 쓰는 조상의 얼굴, ‘므와이’ 가면, 전쟁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신성한 힘을 가진 방패 등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장신구는 자신을 꾸미는 도구이자, 신분과 정체성, 신과 자연과의 관계를 드러낸 표현이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시간 관념도 특이하다. 보통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뒤에 미래를 앞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정반대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과거는 눈앞에 있는 것이며, 알 수 없는 미래는 등 뒤에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단선적이 아니라 순환적인 것으로 세대 간의 기억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흐름으로 본 것이다. 목걸이 헤이 티키는 마오리족에게 혈통과 생명력의 상징이다. 티키는 전설 속 최초의 인간으로 누군가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목걸이를 착용한 사람은 명예와 권위의 마나(힘)을 갖게 되고 조상의 기억을 품게 된다고 한다.
전시는 ‘마나 모아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오세아니아 예술 그룹의 영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기후변화 시대 생태와 환경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전시의 취지에 화룡점정이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