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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네요” ‘국민 영웅’ 장미란 차관이 강화도로 간 이유

  • 홍지연
  • 기사입력:2025.04.30 12:30:27
  • 최종수정:2025.04.30 12: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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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암스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여암스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올봄은 변덕이 심하다. 하루 상간으로 날씨가 변한다. 그래서 봄꽃들도 헷갈렸다. 2월 말 뉴스를 보면 개화가 빠를 것이라 했는데 벚꽃은 2~3일이 더디게 꽃망울을 터뜨렸고 4월까지도 흰 눈이 내렸다.

날이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올해는 정말 봄기운을 찾아 나서야 했다. 멀리 남쪽으로 가기는 번거롭고 서울에서 당일로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여행지여야 했다. 은은한 섬 여행을 꿈꾸며 택한 곳은 인천 강화도였다.

이번 봄 여정엔 특별한 동행이 함께 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여행가는 봄’ 캠페인을 위해 강화도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짐가방을 챙겼다.

강화도 전등사 대조루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강화도 전등사 대조루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아직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바벨을 들어 올리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던 국민 영웅으로 남아 있는 장미란 차관. 강화도 사람들은 어디서나 그를 반갑게 맞았다.

마지막 벚꽃 비가 내리던 강화도에서 장 차관은 전등사에 담긴 1000년의 이야기를 듣고 섬세한 손동작으로 싱잉볼을 울렸다. 그리고 100년 된 지역 양조장에서 진달래 향기가 물씬 나는 막걸리 만들기 체험까지, 알차게 즐긴 강화도 하루 여행을 소개한다.

불심과 동심의 만남…천년고찰을 지키는 어린왕자

“불심과 동심이 만났네요. 어머님의 품같이 아늑한 전등사,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강화도 봄 여행 첫 목적지는 전등사였다. 역시 강화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자면 천년고찰 전등사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381년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니 그 안에 품은 역사와 이야기 또한 어마어마하다.

전등사에 본격적으로 들기 전 정족산성 남문을 먼저 거친다. 전등사는 해발 222m의 정족산 남쪽 능선에 들어앉아 있다.

정족산성 남문.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정족산성 남문.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아담한 성문 옆으로 제법 연식이 되어 보이는 까만 돌담이 보인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정족산성이다. ‘삼랑성’이라고도 불리는 정족산성은 둘레 약 2.3㎞에 달한다.

이곳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현장이기도 하다. 전등사에는 사찰마다 으레 있는 일주문이 없다. 바로 정족산성 남문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남문 말고 전등사의 관문을 지키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다. 이곳에서 만난 이병현 문화관광해설사가 나무에 깃든 전설을 들려줬다.

조선 철종 때 일이다. 당시 관아에서 은행나무에서 열리는 은행을 공물로 바치라고 했다.

담당 관리는 고작 열 가마밖에 수확할 수 없는 나무에 두 배에 달하는 은행 스무 가마를 요구했고 이를 부당하다 여긴 스님이 기도를 드렸더니 그 후로 지금까지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단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잎에 노란 물이 들어 전등사 경내를 환히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합니다.” 샛노란 은행잎 구름을 상상하며 경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올라 대조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나온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계단을 올라 대조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나온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등사의 규모는 그 명성에 비해 아담했다. 산줄기에 바싹 올라 있어서인지 지대도 평탄하지 않고 경사도가 있었다. 그래서 더 극적이었다. 대조루를 지나 대웅전까지 연결되는 계단이 그랬다.

대웅전 관문 역할을 하는 대조루는 일부러 낮게 지었다. 옛날 높으신 분들이 그 아래를 갓을 쓰고 지나게 되면 자연스레 고개를 숙여야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았다. 항상 겸손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문헌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에는 여러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처음 절을 지었을 때 이름은 ‘진종사’였다.

고려 충렬왕 부인 정화궁주가 이곳에 옥등을 시주한 인연으로 지금의 이름 ‘전등사’로 바뀌게 됐다. 불법이 전해진 도량, 부처님의 지혜가 전해진 곳 부처님의 등불이 있는 사찰이라 해서 전등사라고 불린다.

전등사 주지 여암스님(왼쪽)과 대웅전으로 향하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오른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등사 주지 여암스님(왼쪽)과 대웅전으로 향하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오른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등사와 선원사 일대 강화 지역에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병인양요 때는 승병들과 조선군이 전등사에 머물며 적을 물리쳤고 1660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정족산 사고가 경내에 있었다.

이렇듯 전등사는 고구려에서 시작해 고려와 조선 천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의 역사와 함께했다.

산책하듯 경내를 걸으며 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주지 여암스님이 대웅전 지붕 아래 나부상을 가르키며 발걸음을 멈췄다.

“나부상이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 나부상이 아마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각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항상 탐진치(탐욕, 진에, 우치: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 번뇌)를 떨쳐내라, 탐욕심을 버리고 경계하라는 말씀을 되새깁니다.”

엄숙한 분위기의 천년고찰 안에 아기자기한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조각품이다. 전등사에 어린왕자가 나타난 것은 2022년 일이다.

전등사에 있는 어린왕자 조각작품 3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등사에 있는 어린왕자 조각작품 3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 작가의 요청으로 전등사에 두 달 전시를 했다. 전시하는 동안 정이 들었나보다. 여암스님은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했다. 전시 기간이 끝나고도 작품 3개는 절에 남겨뒀다.

전등사 죽림다원에서 차담을 하고 있는 여암스님과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등사 죽림다원에서 차담을 하고 있는 여암스님과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마지막으로 죽림다원 향긋한 전통차를 마시며 전등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찰 안에 있는 고즈넉한 찻집으로 블루리본에도 여러 번 선정된 검증 맛집이다.

여암스님은 대추차를 강력 추천했다. 실한 대추를 1박 2일 푹 달이고 사과와 배로 단맛을 내 텁텁함 없이 담백하다.

100년 역사 금풍양조장, 지하수로 빚는 술맛

두 번째 행선지는 지금 강화에서 가장 핫한 금풍양조장이었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 양조장 투어가 가능해 내국인 과광객은 물론 외국인 단체 여행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금풍양조장은 2022년 인천시 시도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양조장은 금풍양조장을 포함해 전국에 5곳뿐이다. 2023년에는 웰니스관광지로 처음 지정됐고 바로 이듬해에 2024 우수웰니스관광지로 꼽혔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의 주인 양태석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3대째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양조장이 처음 생겨난 것은 1931년으로 추정한다.

양태석 대표의 할아버지 양환탁씨가 양조장을 인수한 것은 1969년 일이다. “양조장이 위치한 동네 이름이 길상면 온수리입니다. 강화쌀과 지하수 그리고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습니다.”

금풍양조장 막걸리 만들기 체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 막걸리 만들기 체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의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이미 지난해 싱가포르 레스토랑 아키라백과 협업해 막걸리를 선보였다.

“사케·위스키·와인 페어링 디너는 많은데 막걸리는 처음이었어요. 처음엔 정원을 30명으로 했는데 예약이 80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아예 싱가포르에 양조장을 만들까도 생각 중이다.

금풍양조장에서 진행하는 막걸리 만들기 체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에서 진행하는 막걸리 만들기 체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2020년 마케팅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양조장 운영에 나선 양 대표는 요즘 감성에 맞게 다양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막걸리 밀키트는 특히 외국 손님에게 반응이 좋다. 이미 준비된 재료에 물만 부으면 막걸리를 만들 수 있어서 이름도 ‘컵막’이다.

금풍양조장에서 개발한 각종 상품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에서 개발한 각종 상품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막걸리를 활용한 비누는 이미 출시했고 화장품과 막걸리 아이스크림, 강화도 명소에서 영감을 받은 담금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고수 막걸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 중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하는 요가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았어요.” 양 대표 설명에 장 차관은 “근육 이완이 참 잘 될 것 같다”며 호응했다.

금풍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시음하고 각종 체험을 즐긴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금풍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시음하고 각종 체험을 즐긴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체험이 전부 끝나고 강화의 상징 진달래로 맛을 낸 막걸리를 손에 든 장 차관은 “직접 막걸리도 만들고 맛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식구들, 친구들과 다 같이 체험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소 2박 이상 가능하지만 매년 1500명씩 찾는 이곳

협동조합 청풍에서는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2024년 관광의 별 선정된 이곳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 중인 주민관광사업체 육성 프로젝트 ‘관광두레’로 2017년 처음 시작했다.

강화도의 전통시장에서 피자를 팔던 청년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은 이제 강화도 고유의 지역 문화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되었다.

협동조합 청풍에서 활동중인 나서경(왼쪽)씨와 유명상(오른쪽)씨. 그리고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윤정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협동조합 청풍에서 활동중인 나서경(왼쪽)씨와 유명상(오른쪽)씨. 그리고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윤정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강화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강화도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강화도를 찾는 다양한 여행객과 지역민을 연결하고 결과적으로 강화도의 관계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체류형 관광을 지향하고 지역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젊은 감성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협동조합 청풍을 통해 선보이는 프로그램 50여개는 지역주민이 직접 호스트가 되어 진행하는 것들이다.

1980년대 지은 싱어송라이터 집에 가서 홈 콘서트를 즐기고 생태건축기법으로 지은 대안학교를 찾아가 직접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설명을 듣는 식이다.

강화읍 국화리에는 숙소 ‘잠시섬빌리지’도 운영 중이다. 이날 요가와 싱잉볼 체험도 잠시섬빌리지 안뜰에서 진행했다. ‘강화 섬요가’를 운영하는 조윤정 강사와 함께 요가 체험에 나섰다.

협동조합 청풍에서 진행한 요가 체험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협동조합 청풍에서 진행한 요가 체험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는 안뜰에 요가 매트를 깔고 앉았다. 쨍한 요가 매트 위로 개미와 날파리 각종 벌레가 날아들어 처음엔 그것만 계속 눈에 들어왔다.

딱딱하게 굳은 몸을 최대한 늘려가며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새 지저귀는 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됐다.

바닥에 몸을 누이고 최대한 긴장을 푼 상태에서 진행하는 싱잉볼 체험이 참 좋았다. 처음이 아닌데도 싱잉볼은 늘 새롭다.

아마도 주변 환경 때문일 테다. 실내에서는 싱잉볼 소리에만 집중했다면 바깥에서 할 때는 자연의 소리도 어우러진다.

조윤정씨와 함께 싱잉볼 체험을 하고 있는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조윤정씨와 함께 싱잉볼 체험을 하고 있는 장미란 제2차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참 신기하네요. 소리 자체도 아름다운데 들를 듯 말 듯 점점 멀어져가는 소리가 묘하게 끌려요. 여기에 새 울음소리, 청량한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더 좋았어요. 짧지만 밀도 높은 휴식이었습니다.”

체험을 끝낸 장 차관이 싱잉볼 앞에 앉았다. 각기 다른 크기의 싱잉볼을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직접 두드리면서 파동을 만들고 소리에 집중했다.

이날 일정을 전부 마친 장미란 차관은 “문체부는 앞으로도 지역과 협력한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지속 발굴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여행할 수 있도록 지역관광의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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