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도 롯폰기힐스를 모델로 하는 도시개발 사례들이 여러 개 있는데, 신도림역세권 디큐브시티도 이런 사례의 하나이다. 신도림 역세권 개발사업의 일부이자 서울 서남권 도시재생 및 공간 브랜딩의 선도 사례로 기획된 디큐브시티는 롯폰기힐스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모리부동산이 도시개발 자문 및 마스터플래닝 파트너로 참여했다.
그러나 롯폰기힐스와는 차별화되는 요소들도 존재한다. 우선 공간 규모에 있어서 롯폰기힐스가 글로벌 랜드마크급 도시개발로 주거 유형과 커뮤니티 문화시설 등에서 더 다양하고 대규모로 조성된 반면 디큐브시티는 지역복합거점 수준이다. 롯폰기힐스는 용지 면적 11만6000㎡, 연면적 76만㎡로 연면적 22만㎡인 디큐브시티에 비해 3~4배 크다. 하이엔드 주거를 지향하는 롯폰기힐스와 디큐브시티는 주거 특성도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롯폰기힐스는 과거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유동 인구 특성을 고려한 고객 흡인을 위해 고급 레지던스, 하이엔드 리테일과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파인다이닝 등 복합 소비공간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디큐브시티는 옛 구로공단 배후지로 대성산업 정유 관련 공장으로 사용되던 입지에 백화점을 매칭하면서 2011년 디큐브백화점, 2015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오픈에도 지속적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매출액 추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사업을 지속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도시공간의 활성화는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기능의 공간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는가에 달려 있다. 롯폰기힐스의 성공 요인은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동네와 감성적 연결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불과 15년이란 최단기간에 백화점 폐점이라는 악재를 만난 디큐브시티가 서울 서남권 도시재생의 선도 사례로 거듭나기 위해선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게 아니라 어떤 방향의 공간적 재구조화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 성수동 일대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제화, 봉제, 기계 등 경공업 공장이 밀집한 낙후된 동네였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힙스터 감성의 카페와 갤러리, 고급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의 성수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아니라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처럼 오피스와 고급주거, 리테일몰이 결합한 하이엔드 복합자산이다.
신도림 지역주민들도 공간이 활성화돼야 본인들의 자산가치가 오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건물 복합화를 어떻게 구현할 지 건물주와 주민이 전향적으로 고민해 본다면 좋은 상생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천현숙 전 SH공사 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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