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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테이블코인, 진정한 혁신 수단 되려면

한국 금융시스템 도약 기회
도전 무장한 기업 진입 쉽게
규제 폐지·입법 속도전 필요

  • 기사입력:2025.07.09 17:49:43
  • 최종수정:2025.07.09 17: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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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 제정을 위해 초읽기에 들어갔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의 주가는 상장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다섯 배로 급등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자국 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는 늦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2단계 가상자산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지급 수단이라서가 아니라 잠재적인 혁신 가능성 때문이다.

먼저 기존 글로벌 지급 결제 시스템의 대체 가능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거래, 빠른 결제 속도, 저비용 등으로 스위프트(SWIFT)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비자나 마스터 등 상업용 결제망의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되고 있다.

둘째는 미래 금융 체제의 재편 가능성이다. 현재 금융 인프라는 최종적으로 은행 간 자금 결제가 이뤄져야 하는 은행 중심 체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결제와 청산이 이루어지므로 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점점 금융 인프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는 무한한 활용 가능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사용처 제한, 자동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프로그램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해 금융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창의와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대량 상환 요구, 자금세탁 악용 등 리스크 요인에도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규율하면서도 혁신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규제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규제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준비 자산 및 상환 등 규제는 최소한에 그치고 국제적 정합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해 중복 규제를 막아야 한다. 국내 규제 장벽이 높으면 규제 망명자만 양산한다.

둘째, 규제 설계 시 혁신 촉발기제를 내재화해야 한다. 발행자는 특정 금융기관에 한정하지 말고 혁신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혁신 효과가 큰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용이 확산되게 해야 한다. 테더나 USDC 등은 이더리움, 트론, 솔라나 등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 지니어스법은 발행자가 불법 지갑으로 전송 금지, 동결, 소각 등 기술적 조치를 구현하도록 해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규제의 적시성이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다양한 이슈,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 필요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먼저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가장 효율적인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이는 우리 금융 시스템을 선도형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기하지 않도록 정부, 국회, 업계 등의 분투를 기대한다.

[이효진 고려대 교수·전 국무총리실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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