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지급 수단이라서가 아니라 잠재적인 혁신 가능성 때문이다.
먼저 기존 글로벌 지급 결제 시스템의 대체 가능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거래, 빠른 결제 속도, 저비용 등으로 스위프트(SWIFT)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비자나 마스터 등 상업용 결제망의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되고 있다.
둘째는 미래 금융 체제의 재편 가능성이다. 현재 금융 인프라는 최종적으로 은행 간 자금 결제가 이뤄져야 하는 은행 중심 체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결제와 청산이 이루어지므로 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점점 금융 인프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는 무한한 활용 가능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사용처 제한, 자동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프로그램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해 금융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창의와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대량 상환 요구, 자금세탁 악용 등 리스크 요인에도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규율하면서도 혁신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규제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규제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준비 자산 및 상환 등 규제는 최소한에 그치고 국제적 정합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해 중복 규제를 막아야 한다. 국내 규제 장벽이 높으면 규제 망명자만 양산한다.
둘째, 규제 설계 시 혁신 촉발기제를 내재화해야 한다. 발행자는 특정 금융기관에 한정하지 말고 혁신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혁신 효과가 큰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용이 확산되게 해야 한다. 테더나 USDC 등은 이더리움, 트론, 솔라나 등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 지니어스법은 발행자가 불법 지갑으로 전송 금지, 동결, 소각 등 기술적 조치를 구현하도록 해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규제의 적시성이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다양한 이슈,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 필요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먼저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가장 효율적인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이는 우리 금융 시스템을 선도형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기하지 않도록 정부, 국회, 업계 등의 분투를 기대한다.
[이효진 고려대 교수·전 국무총리실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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