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김밥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지난 5월 아프리카 출장 중에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한식당 이야기를 들었다. 교민이 100여 명에 불과한 도시지만 김밥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한 끼에 2000~3000원 정도를 쓰는데, 한 줄에 1만원이나 되는 김밥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하여 놀라웠다. 이처럼 한류의 물결이 식탁 위로 번지는 사례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미국 대형마트에서는 한국의 냉동 김밥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라면, 김, 떡볶이 같은 K푸드 전반의 수출도 분기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활약도 눈부시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작년에 20% 껑충 성장한 데 이어 올해 4월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가 곧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대 뷰티강국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제품들이 글로벌 소비시장을 휩쓸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그 자체가 브랜드인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처럼 한류 수용도가 높은 지역에 가보면, 한국에서 유행 중인 음식과 제품이 거의 동시에 현지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는 한국식 아파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카페가 즐비해 한국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K브랜드가 해외 현지의 일상을 채우게 된 출발점은 'K컬처'였다. 한국 문화의 소프트파워가 자연스럽게 소비를 이끌고,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에서 퍼지기 시작한 한류는 이후 K팝, 영화 등 K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20년 넘게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제 K컬처의 힘은 보고 듣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인은 K푸드를 맛볼 뿐 아니라 K뷰티의 향을 맡고, K패션으로 멋 부리며 오감으로 한류를 체험한다. 콘텐츠는 잊힐 수 있어도, 오감으로 각인된 K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은 오래 남는다. 이렇게 형성된 호감과 신뢰는 선순환을 이루며 대한민국이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 바탕이 돼 왔다. 이런 K의 힘이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다.
KOTRA도 매년 '한류박람회'를 통해 K브랜드의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반기 캄보디아·카자흐스탄 개최에 이어 하반기에도 뉴욕과 말레이시아에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한류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김밥 한 줄, K컬처를 한 입 베어물고 있을 누군가가, 한국의 맛과 멋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주기를 희망한다. 김밥 한 줄에 담긴 정성과 저력이 새삼 든든하게 느껴진다.
[강경성 KOTRA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