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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김밥 한 줄과 K의 힘

  • 기사입력:2025.07.08 17:52:03
  • 최종수정:2025-07-08 22: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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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김밥이다. 서울 5대 김밥 맛집을 다 가봤을 정도다. 밥과 채소가 한데 어우러진 균형 잡힌 한 끼 식사인 데다,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김밥의 매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소풍날 새벽부터 정성껏 김밥을 싸주시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런 김밥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지난 5월 아프리카 출장 중에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한식당 이야기를 들었다. 교민이 100여 명에 불과한 도시지만 김밥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한 끼에 2000~3000원 정도를 쓰는데, 한 줄에 1만원이나 되는 김밥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하여 놀라웠다. 이처럼 한류의 물결이 식탁 위로 번지는 사례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미국 대형마트에서는 한국의 냉동 김밥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라면, 김, 떡볶이 같은 K푸드 전반의 수출도 분기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활약도 눈부시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작년에 20% 껑충 성장한 데 이어 올해 4월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가 곧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대 뷰티강국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제품들이 글로벌 소비시장을 휩쓸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그 자체가 브랜드인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처럼 한류 수용도가 높은 지역에 가보면, 한국에서 유행 중인 음식과 제품이 거의 동시에 현지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는 한국식 아파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카페가 즐비해 한국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K브랜드가 해외 현지의 일상을 채우게 된 출발점은 'K컬처'였다. 한국 문화의 소프트파워가 자연스럽게 소비를 이끌고,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에서 퍼지기 시작한 한류는 이후 K팝, 영화 등 K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20년 넘게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제 K컬처의 힘은 보고 듣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인은 K푸드를 맛볼 뿐 아니라 K뷰티의 향을 맡고, K패션으로 멋 부리며 오감으로 한류를 체험한다. 콘텐츠는 잊힐 수 있어도, 오감으로 각인된 K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은 오래 남는다. 이렇게 형성된 호감과 신뢰는 선순환을 이루며 대한민국이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 바탕이 돼 왔다. 이런 K의 힘이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다.

KOTRA도 매년 '한류박람회'를 통해 K브랜드의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반기 캄보디아·카자흐스탄 개최에 이어 하반기에도 뉴욕과 말레이시아에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한류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김밥 한 줄, K컬처를 한 입 베어물고 있을 누군가가, 한국의 맛과 멋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주기를 희망한다. 김밥 한 줄에 담긴 정성과 저력이 새삼 든든하게 느껴진다.

[강경성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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