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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지식재산 컨트롤 타워 왜 필요한가

  • 김명신
  • 기사입력:2025.07.09 09:00:00
  • 최종수정:2025.07.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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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아시아변리사회 명예회장)
김명신(아시아변리사회 명예회장)

5년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이 영화가 최근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 영화 100편 가운데 1위로 꼽혔다는 소식이다. 드라마 대장금부터 방탄소년단,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K-팝, K-영화, K-컬처는 이제 전세계에 화제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라면 수출은 매년 30%씩 증가해 지난해 1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K-식품은 세계인의 애호품이 됐다. K-방산, K-조선, K-의료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세계의 주목 대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넘어야 할 파고는 적지 않다.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은 세계 69개국 중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27위로 발표했다.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향후 생존 비결은 뭘까. 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인간의 정신 창작물인 지식재산 육성을 들고 싶다.

새 정부는 AI(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를 쏟을 계획이라고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는 AI 투자는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새 정부가 일부 부처 조직개편만을 기획할 뿐 AI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과 관련한 조직개편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1997년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해 2001년 한국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경영 악화로 미국 아이리버에 특허권이 양도돼 버렸다. 만약 이 특허를 한국 대기업이 양도받았다면 전세계 음원 시장을 우리가 석권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11개 부처가 법률 제정이나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AI는 과학기술 관련 산업만이 아닌 모든 산업의 융합체이다.

데이터, 영업비밀보호, 데이터기본법, 산업디지털촉진법, 인공지능, 전자금융거래 등에 관한 법률안도 각 부처에서 따로 취급된다. 가상화폐, 기후협약, 탄소국경세 같은 이슈도 특정 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급변하는 첨단산업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그동안 분절된 정부 조직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전통적인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이외에 인공지능, 가상화폐, 데이터, 컴퓨터프로그램, 반도체집적회로, 유전자원, 전통지식, 식물신품종, 퍼블리시티권 등을 취급하는 지식재산처를 설립해야 한다.

2005년 정성호 의원이 특허청 산업재산권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업무를 통합한 지식재산처 설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국무총리(정세균)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윤종용·정상조)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식재산처 설립의 시급성을 밝혔다.

외국을 보더라도 영국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룩셈부르크 태국 러시아가 이미 이 같은 취지로 지식재산청을 운영 중이다. 톰 틸리스 미국 상원 의원은 특허청과 저작권청을 통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2011년 우리나라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됐다. 그 이후 지식재산을 담보·보증하거나 관련 투자 금액이 10조원을 돌파한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2020년 모든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단체가 모여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를 설립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는 지식재산을 국가 생존수단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새 정부에서 강소국 발돋움을 위해 국무위원급 지식재산처 발족을 제의한다.

나아가 현재 국무총리와 민간인 공동위원장으로 돼 있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할 것도 요청한다. 2008년 미국은 지식재산 자원과 조직 우선화법에 따라 지식재산 집행조정관이 모든 지식재산 정책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

우리도 대통령실에 지식재산 비서관을 두어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김명신(아시아변리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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