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중국은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2024년 발표된 '글로벌 유니콘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340개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23%를 차지하며, 미국(703개)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은 18개로 세계 비중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 경제는 베이징 중심의 징진지, 상하이 중심의 창장(양쯔강) 삼각주, 광저우·선전 중심의 웨강아오 다완취, 우한 중심의 창장 중류, 청두 중심의 청위 등 5대 도시군이 이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을 통해 동부 연안 도시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협력 생태계를 활발히 조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창업 초기로 아직 매출이 없더라도 뛰어난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고신기술기업'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일정 매출이 발생한 중소기업에는 '전정특신(專精特新)' 인증을 제공하는데, 현재 해당 인증 기업이 14만개를 넘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첨단 제조업 중심의 1만4000여 개 기업은 '소거인(小巨人)'으로 지정돼 정부 사업 우대 참여, 보조금 지원,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에서는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명문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여기에서 성장한 바이두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U.S. 뉴스&월드 리포트'에 따르면 칭화대는 세계 16위, 베이징대는 31위를 기록한 반면 서울대는 135위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중국 혁신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왜곡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을 항상 경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배척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 도요타가 중국 화웨이, 샤오미,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전기차 bZ7을 내년 1분기 중국에서 출시하기로 한 사례는 중국 기업들이 충분한 혁신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면 중국의 혁신적 성과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과거에 겪었던 지식재산권 침해, 이익금 송금 제한, 공산당 개입 등 '차이나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아직 공산당 당위서기가 파견되지 않은 전정특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한국의 우수 스타트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혁신 역량을 한국의 혁신 생태계와 연결해 '한중 비즈니스 2.0 시대'를 열기 위한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때다.
[양희동 한국경영학회 회장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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