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만 해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현실보다 꿈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당시 조심스럽게 발을 담그며 기술의 잠재력을 시험하던 기업들은 현재 180도 달라진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가 최근 내셔널리서치그룹과 함께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60% 이상의 기업이 생성형 AI를 실제 운영에 도입했는데 이는 지난 1년 새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생성형 AI 등장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데이터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대한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AI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휩쓸었다는 사실은 지금 이 기술이 비즈니스와 사회문제 해결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AI 투자를 고려했다가 실행에 옮기지 않은 기업들은 이제 생성형 AI를 통해 과거에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AI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당장 내일 뒤처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AI 기술을 두고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생성형 AI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헤쳐나가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 시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AI 전략은 무엇일까. 구글 클라우드의 생성형
AI 사업 책임자로서 전 세계 수많은 기업 총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종종 몇 가지 중요한 어젠다로 좁혀진다. 이는 바로 빠른 성과와 성공을 측정하는 정확한 방법, 생성형 AI 도구의 미래 활용 방식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생성형 AI를 고도화하기 위해 큰 투자를 하고 있지만, 어느 영역에 먼저 투자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매번 어려움을 겪곤 한다.
생성형 AI 투자의 최선의 전략은 빠른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당장의 효과가 불투명한 사례보다는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번거로운 수고와 작업을 단축하며, 개발자가 다양한 실험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생성형 AI 도입 사례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예상 창출 가치, 실행 가능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행 가능성과 타당성이 높고 사업적 가치가 클 때 최우선순위가 될 수 있겠다.
이미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돋보이는 영역은 지식 근로자와 개발자의 생산성 향상, 보다 개인화된 대화형 고객 경험 제공, 백오피스 프로세스의 자동화 등이다.
글로벌 범용인공지능(AGI) 인프라스트럭처 기업 튜링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동화해 개발자의 생산성을 30% 이상 향상시켰다. 글로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가상 쇼핑으로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우주 플랫폼 GA텔레시스는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추출 솔루션으로 고객이 의뢰한 구매 주문서에 대한 견적을 빠르게 뽑아준다.
한국의 대기업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구글 제미나이(Gemini) 1.5 모델을 활용해 소재 기술·산업 동향 리포트 시스템과 지식 검색 Q&A 포털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제미나이 프로를 탑재해 삼성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삼성 노트, 음성 녹음, 키보드 등에서 요약 기능을 지원한다. 또 구글의 이미지 생성 기반 모델 이마젠 2(Imagen 2)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생성형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 리더들의 또 다른 고민은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성공 효과를 정량화하는 것이다. 생성형 AI 도입 후에 명확한 개선 효과를 경험했더라도 이를 정량화하기는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기업은 프로젝트마다 생성형 AI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선행 지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기업이 코드 생성 기능을 도입하면 일차적으로 개발자 만족도가 올라가고, 그 이후 효율성 지표가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생성형 AI 챗봇을 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 고객의 구매 경험 전반에서 신뢰도와 충성도가 먼저 구축되고, 이것이 매출과 수익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AI 도입 전후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의 표준값을 설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AI를 적용하기 전 프로세스 효과를 미리 측정해두거나, AI 적용 여부에 따른 두 개의 버전을 비교하는 테스트를 진행해볼 수 있다. 기업은 각 사용 사례의 수명 주기를 측정하고, 최적화 그리고 개선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선행 지표를 파악한 후 생성형 AI 기술 효과에 확신을 갖게 되면 업무와 운영 방식에 이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통 기업의 경우 카메라(CCTV)로 제품이 안전하고 올바른 곳에 진열돼 있는지 또는 고객 데이터를 통해 특정 제품 또는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 화학 연구소는 신소재 및 단백질 응용 분야에 대해 속도를 낼 수 있다. 의료 기관에서는 영상 스캔 분석을 통해 질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고 진단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물론 매출과 같은 전통적인 지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선행 지표는 생성형 AI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선행 지표는 실제 비즈니스 투자수익률(ROI) 실현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
그동안 생성형 AI는 주로 직원 또는 고객 응대용 챗봇이 중심이 됐다. 이제는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와 방법을 한 단계 확장시켜야 할 때다. 생성형 AI 도구가 고급 추론, 지능형 의사결정, 단계별 기획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모습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 같은 정교한 기술로 연결된 AI 에이전트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물론 직원의 역량 강화, 창의성 증진, 데이터 분석 가속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고객이 원하는 신발을 찾아주고, 알맞은 건강보험 혜택을 알려주며, 근무 교대 시 인수인계를 원활히 지원하는 것 등이다. 가까운 미래에 AI 에이전트는 비즈니스 운영과 고객 상호작용 방식에 중요한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에 점점 더 많은 조직이 다양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1대1 상호작용을 넘어 직원과 고객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이들과 협력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총체적 생성형 AI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닌 비즈니스 환경을 재편할 게임체인저다. 빠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사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바람직한 선행 지표를 발굴하며, AI 에이전트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만이 혁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이 생성형 AI가 선사한 혁신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기 위한 시각적 도구로,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자문 회사인 가트너에서 개발한 지표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성장 주기에 대응해 기술 촉발, 기대의 정점, 환멸, 계몽, 안정화의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현재 업계에선 생성형 AI가 기대의 정점 단계에서 내려오는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AI Agent) : 인지한 내용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급 추론, 지능형 의사결정, 단계별 기획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 이용자의 목표 달성을 돕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구글은 지난 6월 클라우드에 연결된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생성형 AI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고객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올리버 파커(Oliver Parker) 부사장은 시장화전략(Go-to-market) 분야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현재 구글 클라우드의 생성형 AI 부문을 이끌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에 합류하기 전에는 옥타의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며 미주 사업을 담당했다. 옥타 이전에도 구글 클라우드에서 4년 이상 부사장직을 지낸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선 영업과 시장화전략 업무를 맡았다. 파커 부사장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of London, England)에서 학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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