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리밍과 구독경제 시대가 온다는 전망에도 동의하지 못했다. 스트리밍은 데이터 요금 폭탄을 불러올 거라고 봤다. 데이터 100기가바이트(GB) 요금제는 2018년에 처음 나왔다. 넷플릭스가 나오기 전까지 내가 돈을 내고 구독한 건 신문이 유일했다. 신문 말고는 우유나 학습지 구독 정도가 내가 아는 구독경제 영역의 전부였다. 당연히 이 예측도 보기 좋게 틀렸다.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거의 모든 동영상을 본다. 넷플릭스 외에도 여러 개 구독하는 서비스가 생겼고, 매달 구독료로 꽤 많은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사기라고 생각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나에 100만원도 하기 전에 책에서 처음 접하고는 화폐는 물론 투자자산으로도 쳐다도 볼 필요가 없는 상품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하지만 1억5000만원이 넘는 시세가 보여주듯 비트코인은 중요한 자산이 됐다. 스테이블코인까지 등장해 가상자산과 국채 시장, 실물 경제가 얽히고설켜 돌아간다.
신기술 예측이 다 틀렸다고 경제 예측마저 엉망인 건 아니다. 예측이 쉬워서가 아니다. 정치 역학 관계를 보면 앞날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주식·부동산 가격은 수많은 변수가 좌우하지만 재정과 부채는 정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지금 정권과 정치를 볼 때 재정지출 증가세는 확신의 영역이다. 국가부채 증가도 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씨앗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농사를 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끌기 위해선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가부채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지금 미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과도한 국가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빚이 급격히 늘어나면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다. 지불 능력을 의심받으면 신용등급부터 깎인다. 기업이라면 흑자도산할 수도 있다. 빚은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의구심은 그 자체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다. 매번 틀리는 예측과는 다른 얘기다. 정치인, 국민 모두가 국가부채에 대한 공포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문지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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