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성 프로 골퍼 실력 비결이 뭔가. 해가 뜰 때부터 밤까지 종일 연습한다고 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불쑥 던진 질문이다. 역대급 골프광인 그는 공식 장소 불문하고 골프 장광설을 푼다.
이를 겨냥해 이 대통령도 한국산 수제 퍼터(골드 파이브) 선물로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함께 골프도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골프를 평화 무드 소재로 사용했다. 예전에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에게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골프클럽대회 19번 우승 경력 보유자인 트럼프는 알까기 전문 대통령이라는 오명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웨이다. 최근 본인 소유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슬쩍 다른 공을 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
자기 공을 발로 차서 페어웨이로 자주 보내 펠레라는 별명도 붙었다. 얼마 전에 치러진 디오픈의 턴베리골프장 개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근에는 장남과 이혼한 며느리가 타이거 우즈와 재혼한다는 소식이 외신에 실렸다. 결혼식 장소로 백악관이 거론되자 트럼프도 호의를 보였다는데 우리 정서로는 아리송하다.
트럼프는 골프장 부자이다. 소유 골프장이 미국(11개), 스코틀랜드(2개), 아일랜드(1개), 아랍에미리트(1개)에 걸쳐 15곳에 이른다. 내년 4월 PGA투어 마이애미챔피언십이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열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골프광이다. 재임 중에 휴가지 하와이에서 짧은 바지를 입고 공이 홀을 살짝 스치자 몸을 쓰는 우스운 장면이 보도됐다. 2011년 미군의 빈 라덴 사살 작전 중에도 골프를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8년간 400라운드를 돌 정도로 골프 마니아였다. 연습 샷을 하도 많이 날려 빌리건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대통령을 그만두니까 골프에서 나를 이기는 사람이 많아지더라.”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그린 위의 권력을 풍자한 말이다.
김훈환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전 부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직접 골프를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유학 시절에 골프 문화를 접해 취임 이후 골프 애정이 각별했다.
골프대회를 만들어 시상도 하고 전쟁으로 훼손된 서울 군자리(서울CC) 골프장 복구도 지시했다. 미군 장성들이 일본 오키나와 골프장 대신 서울 골프장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골프대회 우승자를 종종 경무대로 불러 다과를 베풀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이던 1962년 골프에 입문했다. 서울 장충동 의장 공간과 청와대 회의장 인근에 실내 연습장을 설치해 퍼트 연습을 했다.
라운드 도중 비교적 조용한 편이고 끝나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셨다. 골프로 기업인 및 장성들과 교류했고 골프장 개발을 독려했다.
1972년 서울 광진구 군자리 코스를 지금의 고양 서울한양CC로 옮기는 대신 어린이대공원을 만들었다. 서울 곳곳에 산재했던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을 모아 현재의 관악캠퍼스를 발족했다.
당시 그 터에 있던 관악CC는 1971년 화성 동탄으로 옮겨졌다. 이후 건설 회사 신안이 인수해 2001년 리베라CC로 명칭을 바꿨다. 박 대통령은 퍼트까지 꼿꼿한 자세로 일관했고 곧잘 1퍼트로 9홀로 마무리하고 빠져나와 막걸리 타임을 가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골프광이었다. 청남대에 9홀 미니 골프장까지 조성했다. 핸디캡 12 수준으로 파워 샷을 날렸다고 한다.
연습 스윙 없이 빠르게 진행했고 캐디들에게 두둑한 팁과 함께 간혹 금일봉도 전했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에 청와대 내인가 제도를 도입해 특혜 시비도 일었다.
퇴임 후에도 측근들과 골프를 하다가 급습한 언론사 기자에게서 비자금 관련 기습 질문을 받았다. 앞 뒤 홀을 모두 비워놓고 진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가장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테니스를 즐기다가 사단장 취임 후에 골프에 입문해 체육부 장관, 민정당 대표 시절 골프에 빠져들었다.
부인 김옥순 여사도 골프를 좋아해 부부 동반 라운드를 즐겼다. 김옥순 여사 골프 실력이 더 나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9년 3당 합당을 앞두고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와 골프를 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후 골프를 끊고 조깅만 했다. 공직자 골프 금지령까지 내려 김 대통령 재임 시절은 골프 암흑기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골프채를 한 번도 잡지 않았지만 골프 대중화를 선언한 주역이다. 지팡이를 잡은 그는 야당 시절 골프장을 갈아엎어 논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이후 부정적인 시각을 거뒀다.
1997년 대선 당시 보수층을 의식해 대중골프장 증설이 시급하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 사기를 올린 영향도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청남대에 김종필 자민련 총재, 정대철 민주당 대표 등을 초청해 라운드를 돌았다. 나이 들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권양숙 여사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름 연구파로 평소 스코어는 90대 중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00야드 정도의 또박이 골퍼였다. 창신섬유가 소유한 충주 시그너스CC에서 골프를 자주 했다.
그러나 3.1절 골프로 이해찬 당시 총리의 낙마, 군 수뇌부와 골프 후에 군부대 총기 난사 사고 발생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재임 중 공식 라운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임원과 CEO로 있으면서 일찍 골프를 시작했다. 해외 공사 수주를 위해 사막에서 골프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정작 대통령으로는 골프를 즐기지 않았으며 재임 중에 대중골프장과 관광지 골프장 건설 붐이 일었다. 정몽구 회장과 묵언 골프로 유명하다. 퇴임 후에 주로 골프장을 찾았다.
박근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골프와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골프를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고 문재인 대통령은 골프 대신 참모들과 등산하는 모습만 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중 수도권 대중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한때 90타 초반 실력이었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 재임 중 군 골프장에서 간혹 라운드를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골프 외교 준비 차원에서 골프 연습 중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적 있다. 당시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을 촬영하던 기자에 대한 경호처의 과잉 조처 논란이 불거졌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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