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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美 부채…코인에 호재인 이유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13) 11조달러 국채 발행 앞둔 미국

  • 홍익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2025.08.03 06:00:00
  • 최종수정:2025-08-01 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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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조달러 국채 발행 앞둔 미국

미국은 현재 ‘재정의 덫’에 빠져 있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차환조차 단기물 국채 발행으로 연명해야 하는 구조다. 단기채 의존은 재정 불안을 더 키우는데 이를 ‘스노우볼(눈덩이) 효과’라 부른다. 위험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소화해줄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주입할 수밖에 없다.

유동성 공급은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의외로 반사이익을 보는 자산이 바로 암호화폐(코인) 시장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유동성 급증 시대 속 안전 자산, 이른바 ‘디지털 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국가 신용 위기의 보험으로 기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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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조달 필요한 美 국채 11조달러

단기채 의존도 한계…기축통화 ‘흔들’

2025년 6월 기준, 미국 연방 정부부채는 36조2000억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GDP 대비 124.3%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회예산국(CBO)과 여러 투자은행은 2025년 미국 정부 2025년 재정 적자를 2조달러 정도로 예상한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부채 한도에 묶여 신규 국채를 전혀 발행하지 못했다. 다가올 하반기에 국채 2조달러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8월,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면 전례 없는 국채 파도가 밀려오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규모는 무려 9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다 더하면 총 11조3000억달러 규모 자금이 국채 시장에서 조달돼야 한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시장 금리가 여전히 4~5% 수준의 고점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 장기 국채 수요 부족으로 미국 정부는 단기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기가 도래하는 9조달러를 모두 단기채로 발행할 수 있다. 고금리 시기에 10년을 빌릴 필요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유발한다.

첫째, 만기 도래 국채를 단기물로 차환(Rollover)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 자금 시장 왜곡이다. 단기 국채 위주 발행은 당장 국채 이자 비용을 낮출 수는 있다. 대신 만기가 자주 도래하기 때문에 차환 리스크와 시장 왜곡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키운다. 단기물은 주로 1개월물·3개월물·6개월물로 상환 주기가 짧아 시장 충격에 민감하다. 단기 금리 변동에 따라 조달 비용이 급변한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 급전을 빌려 돌려막기로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셈이다. 어느 순간 채권 시장 자체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둘째, 매년 반복되는 천문학적 재정 적자로 인한 미국 국채 신뢰도 훼손이다. 근래 몇 년간 미 국채 시장에서 장기투자자 비중은 점차 줄어든 반면, 헤지펀드 단기 국채 거래 비중이 늘어났다. 헤지펀드 국채 투자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현·선물 베이시스 트레이드(국채 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다. 이러한 차익 거래 포지션 확대는 금융 시장 불안 발생 시 국채 투매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 땐 헤지펀드 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에 국채 시장 유동성 경색을 야기했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금융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이처럼 국채 공급이 폭증하고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미국이 갖는 기축통화 특권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 이자 비용은 하루 33억달러 수준으로 연간 1조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예산 18.5%를 국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 국방비(17.8%)를 넘어서는 규모다. 막대한 부채 탓에 미국은 2030년경 연방 수입이 의무 지출 비용과 이자 지급에 모두 소진될 위험이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위적 유동성 공급 불가피한 상황

역대 코인 불장…막대한 ‘유동성’이 만들어내

이와 같은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산 시장 특히 코인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채 발행을 소화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물 위주 발행은 금융기관이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연준과 은행 간 단기 유동성 순환을 가속화한다. 게다가 신규로 발행될 2조달러 규모 국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유동성 증가는 코인 시장 상승에 파급력을 미친다.

실제로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연준 양적 완화로 국채와 모기지증권 매입이 3조40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나자 시중 유동성도 폭증했다. 이 유동성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사상 최고가 랠리를 견인했다. 이듬해 2021년에는 알트코인 불장이 찾아왔다. 2023년과 2024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위기로 연준이 긴급 유동성 창구를 열자, 다시 코인에 투기적 수요가 몰렸다.

2025년 하반기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막대한 국채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연준은 역레포(RRP) 잔고를 방출하고 초과 지급준비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이 수혜를 입을 여지가 매우 크다.

미국 정부의 만성적 재정 적자와 국채 남발은 동시에 달러 가치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중장기적인 달러 가치 하락은 그 대체 자산인 비트코인과 금의 수요를 키워 가격을 끌어올린다. 블랙록·피델리티·벤에크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점점 더 금, 그리고 비트코인처럼 ‘발행량이 제한된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안전판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들어 기관 수요 폭발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2025년에는 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11만달러를 돌파했다. 단순 투기적 상승이라기보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 통화 정책, 또 재정 정책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촉발한 현상이다.

미국은 현 상황 타개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강하게 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담보물이 대부분 미국 단기 국채기 때문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500억달러 수준인데, 3년 내 2조달러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또한 유동성 급증에 한몫하게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부상 또한 코인 시장에는 호재다. 스테이블코인이야말로 코인 시장 ‘기축통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화로 코인을 거래할 수 있지만, 여타 해외 거래소는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게 돼 있다. 스테이블코인 증가는 코인 시장 유동성을 급속도로 늘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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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1호 (2025.08.06~08.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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