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시가 있는 월요일] 두 개의 무덤

  • 김유태
  • 기사입력:2025.07.20 16:49:52
  • 최종수정:2025-07-20 23:12:3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설명
낙타는 전생의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

고통조차 육신의 일부라는 듯

육신의 정상에

고통의 비계살을 지고 다닌다

전생부터 세상을 알아차렸다는 듯

안 봐도 안다는 듯 (중략)

고꾸라져도 되는 걸 낙타는

이 악물고 무너져버린다

죽어서도

관 속에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들어간다

- 김중식 '완전무장' 부분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인 것을 낙타는 알고 있던 걸까. 낙타는 온몸으로 자신의 죽음을 짊어지고 걸어간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는 의지라기보다, 이를 악물고 무너져내리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패배는 존엄하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길에 수긍하고, 그 끝에서 스스로 무너짐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이 모든 것이 예정돼 있음에 절규하기보다 그저 그 길을 걸어가봤다는 사실만으로 충만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가 거리의 낙타여야 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