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
고통조차 육신의 일부라는 듯
육신의 정상에
고통의 비계살을 지고 다닌다
전생부터 세상을 알아차렸다는 듯
안 봐도 안다는 듯 (중략)
고꾸라져도 되는 걸 낙타는
이 악물고 무너져버린다
죽어서도
관 속에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들어간다
- 김중식 '완전무장' 부분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인 것을 낙타는 알고 있던 걸까. 낙타는 온몸으로 자신의 죽음을 짊어지고 걸어간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는 의지라기보다, 이를 악물고 무너져내리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패배는 존엄하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길에 수긍하고, 그 끝에서 스스로 무너짐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이 모든 것이 예정돼 있음에 절규하기보다 그저 그 길을 걸어가봤다는 사실만으로 충만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가 거리의 낙타여야 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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