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100 산단은 전력(정확히는 신재생에너지)에 목마른 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것이고, 김윤덕 의원은 대통령 공약인 '5극3특'(전국을 5개 경제권으로 나누고 3개 특별자치도를 지정해 균형발전 추진)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정책 우선순위로 꼽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수도권 과밀화가 오늘날 주택난, 교육난, 출생률 저하, 지방소멸까지 초래한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김영삼 정부 때부터 사실상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15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의 50%를 넘어서더니 2년 후인 2017년은 일자리, 2019년에는 인구의 수도권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역대 정권 모두 보란 듯이 지역균형발전에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 책임의 상당 부분은 정치에 있다고 본다. 정확히는 선거를 뛰어야 하는 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이 몰리고, 그래서 지역내총생산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지금은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그래서 지방이 소멸하는 악순환 구조다.
정치인들은 일자리는 뒷전이고 인프라를 먼저 챙긴다. 도로를 깔고 고속철을 연결하고 공항을 짓는 일들만 관심사다. 그게 눈에 잘 띄고 선거 때 본인 업적으로 생색내기 좋기 때문이다.
도로, 고속철이 생겨서 그 지역이 발전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잘 뚫린 도로로 동네 젊은 인재들이 속속 서울로 떠났다. 서울에서 관광 온 사람들은 예전 같으면 먹고 자고 할 것을 고속철 타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마친다. 지역은 인구가 줄고 자영업이 문을 닫았다. 승자는 선거 때 표를 받은 정치인뿐이다. 그들도 선거가 끝나면 서울로 갔다.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지난주 발표된 RE100 산단과 요즘 뜨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우리 지역에 유치하겠다고 정치인들이 요란을 떨 것이다.
그나마 나은 것이 공기업과 대학 유치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공기업이 지방으로 가니 젊은 인재들이 공기업을 안 간다. 어쩔 수 없는 중간 간부들은 서울을 오가는 주말부부나 기러기 신세다. 대학은 서울 출신들이 입학했다가 졸업하면 일자리를 못 찾고 다시 서울로 간다. 나머지 정원은 외국인들이 채운다.
지역이 좋아지려면 민간기업이 와야 한다. 그게 일자리요, 인구요, 지역내총생산이다. 미국 주지사들이 도로를 새로 깔았다고 폼 잡고 사진 찍고 테이프 커팅하는 일은 보기 드물다. 잘나가는 기업을 유치했을 때 '내가 일자리 몇백, 몇천 개를 만들었노라'며 자랑하기 바쁘다. 한국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다. 한양대 연구팀이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경쟁력을 평가했는데, 1등부터 5등까지가 평택·화성·용인·수원·시흥이었다. 공통점은 기업도시였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성공하려면 '5극3특'에 민간기업을 보내야 한다. 지역으로 가는 기업들에는 기업들이 벌벌 떠는 개정 상법,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을 완화하거나 예외로 해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올해로 지방자치제 30년이다. 지역균형발전만 제대로 해도 이재명 정부는 역사에 남을 수 있다.
[이진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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