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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國酒 마오타이의 굴욕

  • 심윤희
  • 기사입력:2025.07.10 17:45:33
  • 최종수정:2025-07-10 20: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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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말 대장정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홍군은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 마을 주민들로부터 마오타이주를 대접받았다. 수수로 빚은 도수 50도 이상의 이 백주는 피로와 사기 저하에 시달리는 병사들에게 큰 위로가 됐고, 상처를 소독하는 약품으로도 쓰였다. 이 일화는 훗날 마오타이주가 '국주(國酒)'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마오쩌둥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즐겨 마시면서 마오타이는 중국 정부의 연회에서 빠지지 않는 상징이 됐다.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였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만찬 자리에서 마오타이의 강한 도수를 자랑하며 불을 붙였고, 닉슨은 "이 만병통치약으로 건배합시다"라고 화답했다.

제조법이 까다롭고 숙성에만 5년이 걸리는 마오타이는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희소성이 컸다. 중국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았고 웃돈이 붙어 거래되거나 뇌물·투기수단으로 활용되며 '황제의 술'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오타이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공직 사회의 사치와 낭비를 막기위해 '금주령'을 내리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53도짜리 페이텐 마오타이 가격은 최근 1780위안(약 34만원)까지 떨어졌다. 호황기였던 2021년 초(4000위안) 대비 절반 수준이다. 제조사인 '구이저우(귀주) 마오타이'의 주가도 연초 대비 4% 이상 빠졌고, 지난해 말까지 유지하던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도 밀려나 현재는 6위로 추락했다. 젊은이들이 독하고 비싼 술을 외면하는 것도 마오타이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때 '성공'과 '권력'을 상징하던 마오타이는 관료사회 개혁, 소비 패턴 변화, 경기침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마오타이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전통과 권위를 앞세운 고가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국주'라는 타이틀도 역사 속 기억으로만 남게 될지 모른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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