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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위장에서 나온 이 ‘물질’...최첨단 AI 반도체 핵심소재라고?

점막 단백질로 만든 AI 소자 생체에 이식할 수 있는 메모리

  • 박소라
  • 기사입력:2025.05.05 10:29:44
  • 최종수정:2025.05.05 10: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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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막 단백질로 만든 AI 소자
생체에 이식할 수 있는 메모리
뮤신을 이용해 제작한 AI 메모리 소자의 구조 개략도. <김현재 연세대 교수 연구팀 제공>
뮤신을 이용해 제작한 AI 메모리 소자의 구조 개략도. <김현재 연세대 교수 연구팀 제공>

사람과 동물 몸속 점막에 있는 점액질 ‘뮤신’이 전자소자로 탈바꿈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는 이 끈적한 물질이 인공지능(AI)의 기억까지 담당한다. 자연에서 온 성분이 AI반도체 핵심 소재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돼지 위장에서 얻은 뮤신을 전자소자에 적용해 몸속에 심을 수 있는 AI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 기술 분야의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

뮤신은 사람은 물론이고 달팽이나 식물 등 생물의 점막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이다. 끈적하고 점성 있는 성질 덕분에 외부 자극으로부터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뮤신을 전자소자 핵심 재료로 활용했다. 뇌 신경세포처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자를 만든 것이다. 이 소자는 최대 32단계로 신호 세기를 조절할 수 있고 세포에 독성이 없다는 점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AI 학습용 시뮬레이션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기존 컴퓨터는 저장은 메모리에서,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따로 이뤄진다. 하지만 뉴로모픽 소자는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올인원’ 방식이다. 덕분에 AI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공간이 매우 좁은 몸속에도 쏙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존 AI 소자는 주로 실리콘이나 금속산화물로 만들어져 체내 이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뮤신은 원래 생체 내에 존재하는 물질이라 안전성과 적합성이 뛰어나다.

김현재 교수는 “모든 생물체의 점막을 이루는 뮤신이 메모리에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라며 “이 소자는 생체 신호를 외부 기기로 보내 분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몸속에서 직접 판단하고 반응까지 유도할 수 있어 치료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호 감지부터 연산, 판단까지 전 과정을 체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신경 보철 기술, 이식형 의료기기, AI 기반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바이오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융합해 자연유래 물질로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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