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미운 오리’ 계열사였던 한화솔루션이 기사회생하는 모습이다. 태양광 사업 호조로 올 1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내부적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한화솔루션 1분기 실적 날개
영업이익 303억원 흑자전환
한화솔루션은 올 1분기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600억원가량 적자를 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을 뒤엎었다.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1.49% 증가한 3조945억원을 올렸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효자 역할을 했다.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이 수익성 개선을 주도하면서 1분기에만 13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기존 태양광 모듈 판매뿐 아니라 모듈 렌털과 전력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향후 전망도 괜찮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는 6월부터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의심되는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4개국 태양광 셀, 패널에 반덤핑 관세(AD·Anti-Dumping Duty)와 상계관세(CVD·Countervailing Duty)를 부과하기로 했다. 태양광 셀, 패널 등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율은 기업, 국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일례로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둔 중국 최대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징코솔라는 반덤핑 관세 6.1%, 상계관세 38.38% 등 총 44.48%의 관세를 내야 한다. 또 다른 중국 태양광 업체인 트리나솔라와 타이화뉴에너지는 태국에서 만든 제품에 각각 375.19%, 1002.45%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고율 관세가 확정되면 6월부터 미국의 동남아산 태양광 제품 수입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한국 태양광 제품이 동남아산 제품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부는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중국 업체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적용한 반면,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는 한화솔루션 제품에는 반덤핑 관세를 매기지 않고 14.64%의 상계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3조 투자한 美 솔라허브 눈길
중국 태양광 업체 규제 반사이익 기대
때마침 한화솔루션이 미국에 태양광 통합생산단지를 구축한 점도 호재다. 한화솔루션은 총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카스터빌에 ‘솔라허브’를 건설 중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 중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생산단지로 구축된다. 이곳에서 폴리실리콘으로 제작된 원기둥 모양 결정인 잉곳을 절단해 웨이퍼를 만들고, 이를 통해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태양전지를 생산한다. 여러 장의 태양전지를 판 형태로 만든 태양광 모듈도 솔라허브에서 나온다.
연내 솔라허브가 완공되면 미국 현지 모듈 생산능력은 8.4GW로 확대된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기준으로 1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덕분에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비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 태양광 제품의 미국 판매가 줄어들면 솔라허브를 구축한 한화솔루션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분위기도 괜찮다. 영국 국영 에너지 기업 GB에너지가 최근 중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영국은 자국 공급량 중 중국에서 40% 이상을 가져오는데, 향후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태양광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크다. 윤안식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2분기에는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 판매량 증가로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한화솔루션 주가도 모처럼 반등하는 양상이다. 1분기 실적이 나온 4월 24일 13.15% 상승한 데 이어 25일에도 9.96% 뛰면서 3만원대에 안착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4월 29일 종가 3만800원).
한화솔루션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팽배했던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이는 분위기다. 하나증권은 2년여 만에 한화솔루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바꿨다. 목표주가도 2만3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47.8% 상향 조정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태양광 업황이 바닥을 다지는 가운데 한화솔루션은 주택용 태양광 중심 사업 다변화를 바탕으로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한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 큐셀과의 합병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주력했다. 2020년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하면서 태양광, 화학, 첨단소재 사업을 아우르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35%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린다.
한화솔루션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한화그룹을 이끌어온 김동관 부회장도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김 부회장에게 한화솔루션은 각별한 회사다. 김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임원, 대표이사에 오른 기업이 한화솔루션이다.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사내이사를 맡았고 그해 9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덕분에 2023년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이 방산, 우주항공, 조선업까지 경영 보폭을 넓혔지만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여전히 태양광 사업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한화솔루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김 부회장은 자존심을 구겼다. 2022년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 매출(13조1307억원), 영업이익(9237억원)을 기록해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았고, 이듬해 영업이익 목표치도 1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후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2023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가량 감소한 6045억원에 그쳤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300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실적이 괜찮지만 케미칼 부문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케미칼 부문은 1분기 912억원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187억원) 대비 손실폭이 급증했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 여파로 판매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손보면서 지원금을 대폭 축소할 경우 한화솔루션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동남아시아 우회 수출은 제동이 걸렸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 내 모듈 공장 가동이 속도를 내는 점도 변수다. 캐나디안솔라(Canadian Solar), 진코솔라(Jinko Solar), 론지(LONGi) 등 중국 기업의 미국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모듈 공급량이 급증해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할 우려도 크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태양전지 공급 과잉 우려가 큰 데다 13조원에 달하는 한화솔루션의 차입금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당기순손실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이 한화그룹 효자 계열사로 탈바꿈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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